교육생 후기 2008 년 이후 입교한 졸업생들의 4주 숙식 교육후 눈물겨운 후기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점심 밥상에서 교육까지
  • 거상(巨商) 안목(眼目)
  • 2025-07-22
장성수

거상(巨商) 안목(眼目)

19세기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을 그린 최인호의 장편 소설 상도(商道)

비록 소설이지만 자기계발, 처세를 다룬 책으로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는 책

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임상옥의 사람 보는 안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부터 부잣집 사랑방에는 “돈을 빌려달라”는 청탁이 줄을 잇는 법이다.

어느 날 임상옥의 사랑방에 세 사람이 찾아와 장사를 해보겠다고 돈을 빌려

달라는 것이었다. 임상옥은 세 사람에게 각 한 냥씩을 빌려주고 장사를 해서

닷새 후에 이문을 남겨오라고 했다.

닷새 뒤 한 사람은 한 냥으로 짚을 사서 짚신을 만들어 팔아 하루에 한 푼씩

이문을 남겨 닷 푼을 가져왔다. 또 한 사람은 대나무와 창호지를 사서 종이

연 다섯 개를 만들어 팔았는데 그때가 설날 대목이라 본전 한 냥을 제하고 이

문 열 냥을 가져왔다고 내놓았다. 나머지 한 사람은 한 냥으로 무슨 장사

할 수 있겠느냐며 그 돈으로 술을 먹다가 백지 한 장을 사서 수령에게 올리는

진정서를 써 가지고 관가에 들려 호소하여 열 냥을 받아 왔다고 했다.

임상옥은 첫째 사람에게

1백 냥,

둘째 사람에게는 2백 냥,

셋째 사람에게는 1천 냥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쓰도록 하고 정확히 1년 후 돌아오라고 했다. 이를

켜보던 한 선비가 그러한 처분의 연유를 물으니 첫째 사람은 부지런한 사

람이어서 굶어 죽지는 않지만, 부자는 되지 못한다. 장사란 한 푼으로 한

푼을 버는 행위가 아니다. 씨앗을 뿌려 씨앗을 거두는 것은 농사꾼이 하는

일이다 둘째 사람은 시기를 살필 줄 아는 눈을 가졌고 때를 적절히 이용하

였다. 그러나 장사가 한 치 앞의 때만 살피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장사

상술에만 의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때를 살피는 장사꾼은 부자는 되어

도 거부는 되지 못한다. 셋째 사람돈에 집착하지 않았다. 돈을 좇으면 사

업은 망한다. 돈이란, 계집과 같아서 예뻐하면 예뻐할수록 앙탈을 부리고

를 부리는 법이다.

약속대로 1년 뒤 세 사람이 찾아왔다.

첫째 사람은 빌린 1백 냥과 이문을 갚으며 말했다. 평생 해본 일이 대장간 일

이라 연장을 만들어 장을 돌아다니며 팔았다.고 한다.

둘째 사람은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소금과 건어물을 사서 내륙을 돌며 되팔고

그 돈으로 농산물과 약초를 사서 그것을 전국 각지에 팔아서 이제는 점방 다

섯 곳이나 열었다고 했다.

셋째 사람은 행색이 꾀죄죄 했다. 그는 1천 냥의 돈을 가지고 평양에 가서

생에게 홀딱 반했는데 그 구멍이 얼마나 깊은지 천냥 돈이 흔적도 없이 들어

가 버렸다고 했다. 그러니 갚을 돈은 없고 머슴 일이나 하면서 품앗이로

겠다고 했다. 임상옥은 그 난봉꾼에게 다시 장사를 해보라고 2천 냥을 주면

서 1년 뒤에 갚으라고 했다.

옛말에 이르기를 참새는 눈앞의 담장 밖에 모이가 떨어져 있어도 지지배배

몰려들지만 대봉은 5년 동안 먹이가 없어도 아예 제자리에 꿈쩍도 않고 앉아

서 움직이지 않는다던가! 그 사내는 1년 뒤 약속한 날에 돌아오지 않았고 사

람들이 까마득히 잊고 있던 8년 지난 어느 날 모습을 드러냈다. 소 열 마리가

끄는 달구지와 열 명의 일꾼을 불러 달라고 하더니 바리바리 인삼을 가득

어왔다. 인삼값은 한 바리에 1만 냥은 될 터이니 족히 10만 냥의 거금을 실어

온 것이다.

이 사내가 털어놓은 자초지종은 이랬다. 돈 2천 냥을 가지고 다시 평양에

가서 기생과 살면서 탕진하다가 남은 돈 1백 냥으로 인삼 씨를 사서 강원도

태백산 깊은 산중에 가서 뿌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생의 기둥서방이 되

어 뒷 바라지를 하면서 긴 세월을 보내다가 태백산에 가보니 거대한 인삼밭

으로 변해있어 실어온 것이라고 했다. 임상옥과 반반으로 나누기로 했으니

3천 냥을 빌려주고 5만 냥을 거둬들인 셈이다. 임상옥은 사람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있어 사람에게 투자를 했던 것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것이다.

첫째사람은 ‘콩 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 난다’는 농사꾼 철학을 가진 사람이

다. 농사는 1년 운수를 보는 요소가 강하지만 장사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필

요한 것이다. 둘째 사람은 ‘비가 오면 우산을 만들고 비가 그치면 나막신을 만

드는’ 장사꾼이다. 눈앞의 이익을 살펴서 이익이 있는 곳을 쫓아다니는 상술

이 있다. 그러나 시세나 유행을 쫓아다니다가는 제꾀에 제가 넘어져 무너지

기 쉽다. 그러나 큰 장사꾼은 비가 오거나 말거나 우산을 만들고 나막신을 만드

는 사람이다. 최소한 5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계책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

돈은 사업을 하다 보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돈을 쫓아다니면 사업은 망

하는 법이다. 셋째 장사꾼은 난봉꾼이긴 하지만 6년 뒤를 내다보고 인삼

씨를 뿌려서 10만 냥의 거금을 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