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나 혼자가 편하다.
  • 2024-07-26
진서리



    나 혼자가 편하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기억할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부쩍 많아졌다.

어디 기억력뿐인가. 청력도 시력도 함께 망가져 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어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적게 하는 말은 도통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했는냐. 고 반복해 되묻기가 싫다.

도수 높은 돋보기를 끼지 않고는 폰의 글자를 읽기가 어렵다.

보청기를 끼지 않고는 상대의 말을 들을 수가 없다.

외출할 때에 돋보기를 챙기고 보청기를 챙길 때가 오면 혼자가 편하다는 생

각을 누구나 하게 된다. 내가 혼자서 산행을 즐기는 이유가 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마지막은 혼자서 간다.

이 순간 나는 병원에서 죽기보다는 집에서 죽기를 바란다.

곁에서 손을 잡아줄 사람 하나만 있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배웅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유골은 화장해서 산이나 강에 뿌려주면 된다.

죽을 때 멋진 유언을 남기고 싶지만, 이런 것들이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우리는 죽음의 이미지를 상상할 뿐 아무것도 결정할 권한이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 곁에서, 죽을지 그 무엇도 지휘할 수 없다.

그러니 바람직한 죽음이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의 시나리오는 교통사고, 암, 뇌졸중, 심장마

비, 알츠하이머, 등 수많은 죽음의 요인들이 있지만 중에서도 나는 알츠하이

머가 가장 두렵다. 내 바로 위 누나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를 뿐 아니라 가

족까지도 인지되지 않은 상태로 수년을 투병하다가 떠났다.

내가 ‘나’임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치며 죽어갈까 봐

걱정이다. 모든 죽음이 아프고 두렵지만, 알츠하이머는 내가 나로서 소중히

쌓아 올린 기억의 피라미드 전체를 와르르 무너뜨리는 질병이기에 더욱 두

렵다. 알츠하이머를 다루는 영화나 소설이 급증하는 이유는 이 질병이 ‘나하

고 는 상관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60세 이상 치매환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외출한 치매 환자들이 실종됐다는 신고만 하루 평균 40건, 연간 1만4000건

이 넘는다. 특히 여성환자가 남성의 2배, 남성보다 6년정도 더 오래 살지만

앓는 기간이 5~6년 더 길다고 한다. 여성 갱년기의 가장 위험한 부작용이

치매와 뇌졸증이다. 인지기능 유지에 좋은 달걀,콩류, 등푸른생선, 등을 자

주 먹고 꾸준한 운동, 두뇌활동(일기쓰기, 독서)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기억’이란 사실 ‘삶을 지탱해주는 모든 것‘이다.

알츠하이머라는 재앙은 ’나를 있게 한 모든 것‘ 을 위협하는 공포다.

이 재앙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서 ,쓰기 .사색 ,운동

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한다. 고스톱 게임이 기억력 감퇴를 억제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고스톱을 치자하면 거절하지 않는다.

요양병원 문병 갈때가 많아졌다.

누어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게 "나의 정해진 미래구나"

우리는 언젠가는 홀로 살아야 할 때가 오고 홀로죽는 "단독자"가 된다.

괜히 길어진 수명은 '문명의 재앙'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난 허송세월

을 보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모든 사람은 다 늙어가고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그런데, 죽음을 알고 사는 사람이 있고, 죽음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

"채우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은 분명 죽음을 알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비우니' 삶이 가볍고 '낮아지니' 행복해진다.

돌이켜보니 행복은 늘 가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