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술
자연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나름으로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다한다. 자기보호 뿐만 아니라 종족을 보존할 수 있기 때
문이다. 카멜레온은 사는 장소에 따라서 몸의 색깔을 그때그때 바꾼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녹색을 띠며 나뭇가지에 천연덕스럽게 매달려있
다. 천적인 새들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나뭇잎과 똑같은 색으로 변신
한다. 사막 같은 곳에서는 갈색을 띤다. 모래 배경과 서로 어울리는 위장
술이다.
그런데 인간의 위장술은 생존 그 이상의 욕구를 가진다.
“개두환면(改頭換面)”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머리와 얼굴을 바꾼다. 는 말이다.
화장으로 얼굴을 예쁘게 위장하고, 옷으로 몸을 근사하게 치장한다.
웃는 얼굴로 적개심을 감추고, 허장성세로 초라함을 가린다. 이처럼 사람들은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못나도 잘난 척하며 겸손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꼴불견으로 살아간다.
인간은 백조처럼 수면 위로는 우아한 모습을 보이지만 수면 아래로는 물갈퀴
질을 하는 이중적인 존재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진심, 즉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속마음과 반대되는 행동을 나타내는 사람도 많다.
연애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헌신하던 사람이 결혼하고 나면 자기중심
적인 인간으로 돌변한다. 달콤한 말과 친절한 행동으로 접근하여 다른 삶의 돈
을 빼앗아가는 사기꾼이 참으로 많다.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투쟁하던 사람
이 권력을 차지하고 나서는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인생은 연극이고 세상은 무대이며 모든 여지와 남자는 배우라고 심리학
자들은 말한다. 사람들이 진정한 자기 모습을 내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내보였을 때 보게 될 피해
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인정을 중시하거나 거부의 두려움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위장하려
고 애쓴다. 영웅호걸도 사랑받기를 원하는 사람 앞에서는 겁쟁이가 된다고 하
지 않던가.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아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위장할 만한 여유가 없는 절박한 위기상황에서 잘 드러난다.
침몰하는 배에서 약자를 구명선에 먼저 태우며 양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자를 밀쳐내고 자신이 먼저 타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 보니 한 사람의 진면목은 평상시 순탄할 때 보다 고난과 역경의 위기 상
황에서 더 잘 드러난다.
특히 가장 잘 드러나는 상황은 가정에서다.
가정은 타인의 평가를 염려해야 하는 사회적 압력이 적은 곳이기 때문에 가장 편
안한 곳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인격자로 존경받는 사람이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고 호랑이 같은
사람이 가정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가정은 큰 자가 작아지기도 하고, 작은 자가 커지기도 하는 곳이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진면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랜 기간 우여곡절을 함께
겪어온 배우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배우자로부터 진정한 애정과 존경을 받기가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하여튼 요즘 정치인들은 “저는 국민 여러분의 종복”이라고 굽신거리던 때가 언제
라고 당선만 되고 나면 그 모습은 간 곳이 없다. 위대한 정치인은 대도를 걷는다.
소인이 위장에 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