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network)
인맥이라면 약한 인맥과 강한 인맥으로 구분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취업자의 30~50% 가 개인적 친분을 통해 일자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년 전 내가 취업을 할 때도 수차례 개인적인 인맥을 통
해 취업했던 기억이 새롭다. 최근에는 이 수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인맥이 강한 고리의 인맥이 아니라 그저 알고만 지내는 약한 고리의
인맥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강한 고리란 아주 친한 친구, 부모 형제 등을 말하고. 약한 고리는 친구의 친구,
모임에서 한 번 만나 담소를 나눈 사이, 취미활동을 하던 사이, 동아리에서 활동
한 사이 정도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한 고리가 실제 채용 결정 순간에 더욱 강했다.
강한 고리는 이미 같은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약한 고리는 새
로운 집단과 연결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회가 많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이 유리
해진다.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 강한 고리 인맥이 추천한 사람이라면 채용 담당자는 추천의
객관성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 회사 직원이 자기 동생을 추천했다면 동생에 대한
형의 평가는 도저히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약한 고리는 다르다.
친분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 평가라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다른 지원자들보다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
한국 사회는 회식 자본주의다. 미국 사회는 파티 자본주의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고 하지 않던가. 술자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파티자본주의다.
파티장에서 큰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을 먹고 음료수 잔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마음에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역사
가 이뤄진다.
이처럼 일자리가 회식, 파티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회식에서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나 나눈 몇 마디가 일생일대의 취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같이 창업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 인맥은 이처럼 소중하다.
가볍게 알고 지내는 가벼운 인맥, 그저 얼굴만 알고도 좋은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사이라면 그게 자신의 인맥인 것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결정적인 순간에 인맥에 다가갈 때 약한 접근으로 시작해
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제가 갈만한 일자리가 있을까요?”와 같은 말은 상대로
하여금 약한 고리마저 끊어버리게 만든다. “당신이 일하는 업종에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접근을 시작해야 되는지요?” 라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말이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최대한 조심하고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 것,
이게 바로 약한 고리의 미덕이다. 아무쪼록 취업, 사업 등에서 약한 고리의 인맥
을 통해 기회 얻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