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知)와 무지(無知)
노자의 도덕경을 읽다가 ‘아는 것, 모르는 것’에 대한 노자의 혜학(慧學)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누구도 아니고 내가 어찌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며 살았
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말은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올바로 사는 출발이라 했다. 괜히 아는
척하지 말라는 교훈 아닌가.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사람들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진다.
노자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면, 이것이 병이다.
도(道)를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
도(道)를 모르면서도 안다고 말하는 것이 병이라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의 병폐는 모르면서도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으로 인해 공
동체가 불행을 느끼게 된다.
“안다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면” 그만일 것을 무시당
하는 것이 두려워 기필코 아는 척하려니 자연히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말 할만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함께 말
할만하지 않은 사람과 말하면 말을 잃는다고 했다.
그러니 무엇을 말할까 궁리하기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입이 무거워지지 않겠는가.
영영 반벙어리로 살 수는 없을 터, 사람 잃고 말까지 잃지 않을 지혜를 깨달아
야 할 것이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라
고 말했다. 군자라 하더라도 남이 알아주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자신이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남이 알아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옛 군자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초연했다.
그러므로 자신을 섣불리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너무 부족하다.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못해서 그렇지 , 자신도 어떤 면에서는 최고임을 알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필요다. 물론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나 역시도 겸손함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자꾸만 아는 척을 하게 되고, 조금 아는 것을 가지고 많이 아는 것처럼,
잘난 척하며 살아왔다. 우리 집사람이 늘 하는 잔소리가 ‘제발 좀 겸손하라’는
말이다.
사자성어에 “관인엄기(寬人嚴己)”하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는 관대해도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라는 뜻이다.
생각으로는 충분하게 이해가 되어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나 자신에게는 항상 너그러우면서도 가족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면서 살아왔으니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라도 모르는 것은 나도 모른다.고 고백 하면서 살 것이다.
그러면 집안이 화평하지 않겠는가.
성경에 사도 바울이 한 말을 떠 올려본다.
"나 있고는 평화가 없다. 고로, 나는 날마다 죽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