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향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피터 드러커(경영학의 창시자)
는 13세 소년 시절 김나지움(중등교육기관)에서 필리글러
신부의 수업 시간에 “나는 무엇으로 기억 되기를 원하는
가”? 라는 물음에 처음 마주했다.
이 물음에 드러커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수업을 듣던 급우
들도 칠판에 써진 이 물음 앞에서 어리둥절했다.
잠시 후 필리글러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여러분에겐 이 물음이 낯설겠지만, 마흔을 지나, 쉰,
혹은 예순 고개를 넘길 즈음엔 이 물음이 송곳처럼 다가올
것이다.”
이 물음은 여든을 넘긴 나에게도 송곳처럼 찌른다.
아니 죽비처럼 내리 친다.
지금도 방황하고 표류하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두렵기까지 한 질문 아닌가.
누구도 제대로 살고자 한다면 이 물음을 피해 갈 수 없
을 것이다.
당시 김나지움 졸업 60주년을 기념하는 동창 모임
에서 일흔 살을 훌쩍 넘긴 동창 누군가가 필리글러
신부를 떠올리며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라
는 물음이 송곳이 돼 오만하고 나태해진 자신을 찔
러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모두 이 말에 공감했다.
드러커 역시 이 물음을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화두
처럼 껴안고 산 덕분에 아흔을 훌쩍 넘는 나이에도
삶의 열정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드러커는 평생 40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그중 27권의 책은 62세 이후에 쓴 책이다.
그는 90세가 넘은 후에도 대학교수로 컨설턴트로,
저술가로 왕성한 활동을 지속했었다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이 송곳 같은 이 물
음이 미래의 새로운 길을 뚫게 된다.
송곳 같은 이 물음이 지나온 삶을 성찰하게 만들며,
“진정으로 기억되고 싶은 내 모습”이 되기 위해 주
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 저마다 남은 생에서 단호하게 이 물음
을 스스로에게 던질 시간이 왔다.
사람의 진면목은 전반부가 아니라 후반부에서 드
러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
게 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수명이 어디까지인
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