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
시인 고은의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미연방 하원에 내리 세 번 당선됐던 김창준 박사가 네 번째 출마해 낙선한 후 한
말이 “딱 한 번만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났어요”라고 고백했다.
자고로 멈출 때 멈추고 그칠 때 그칠 줄 아는 것은 최고의 지혜요, 지략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일전에 치른 우리나라 총선에서 낙선한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칼집이 없으면 잘 드는 칼에 내가 베이고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잘 나가는 차가
사고를 치는 법, 내가 잘 나갈 때 제어할 방법이 없으면 그것이 모든 화의 근원이
되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니던가.
김창준! 그는 ‘삼선(三選) 이상은 하지 않겠다고 선서까지 해놓은 상태였지만 그
걸 누가 기억하랴,’하고 네 번째 출마했다가 곤욕을 치르며 낙선하고 말았다.
낙선하면 낙선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자금 의혹의 소용돌이에 애써 키워온 회사도 거덜 나고 가정마저 파탄 내고
야 잠잠해졌다.
완전히 추락한 후 그가 찾은 곳은 어릴 때 놀던 고향 인왕산 자락 골목길이었다
고 한다.
산등성이에 드문드문 핀 들꽃들이 김창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미연방 하원 금배지를 달고 위세를 피우던 때는 보이지 않던 꽃들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후 아니 모든 것을 잃은 다음에 비로소 그 보잘것 없은 들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꽃이 보여야 비로소 진짜 자기 인생이다.
밤하늘의 별은 어두워야 보이는 법이다.
살아가면서 제일 어려운 게 멈추고 그치는 일이었다.
한 번 재미 본 일이라 멈추고 그치지 못해 화를 자초한 때도 허다했다.
인생을 낭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쳐야 할 때 그치지 못하고 관두어야 할 때
버티기 때문이다.
공자나 맹자의 가르침은 ‘나아감’과 ‘채움’’이고 노자나 장자의 가르침은 ‘비움’과
‘그침’ 인데 우리는 나아가고 채움만 배웠지 그치고 비움을 통 배우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멈춤과 멈추지 않음‘ 의 사이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임을 늦게나마
깨닫는다. 아시아의 최고 갑부로 알려진 리카싱이 “멈춤을 안다 는 지지(知止)”
현판을 사무실에 걸어놓고 늘 마음에 새겼다고 전해지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