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빠진 3일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다.'
패트릭브링리가 쓴 에세이로 저자의 첫 번째 책이다.
2023년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 타임스,
AP통신, CBS 등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베스트
셀러에 오른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3일 동안 만감이 교차했었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상실의 고통으로 삶이 무너진
순간에’ 가장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야심만만한 젊은이였던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선망받는 ‘뉴요커’
에 입사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고층 사무실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수직 상승해 언젠가는
‘빅 리그로 올라가리라’ 여겼다.
이렇게 우리는 때때로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얼마
든지 삶을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 가던 어느 날 누구 보다도
똑똑하고 배려심 깊던 형, 톰이 젊은 나이에 시한부 암 치료를 받다
가 세상을 떠난다. 나의 결혼식이 열려야 했던 날인데 형의 장례식
이 거행되었다. 이를 계기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독한 무
기력감에 빠진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른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자신을 놓아 두기로 마음먹는다.
그해 가을 브링리는 다니던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경비원으로 지원해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날마다 전시실
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수천 년의 시간이 담긴 고대 유물
과 거장들이 남긴 경이로운 예술 작품과 마주하는 특권을 누린다.
상실의 고통으로 삶이 무너지는 순간 가장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
그의 내밀한 고백이다.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걸작, 연 700만
명이 넘는 관람객, 여기서 길어 올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
단순히 미술관의 그림을 지키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경험한 이야기다. 형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그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여정을 세심하게 그려낸
책이다. 미술관 경비로 10년, 인류의 거대한 걸작들을 누구보다도 가
장 가까이서 지켜본 브링리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회
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브링리 뿐인가.
이탈리아 시인 단테는 원래 정치인이었다.
그가 외교관으로 외국에 머무는 동안 정권이 바뀌면서 고향으로 돌아
올수 없는 신세가 된다. 이 추방의 시간은 단테에게 창조의 수련기간이
되어주었다. 그는 새롭게 태어난다.,
어둡고 슬프고 고통스런 시간 속에서 자신의 바닥을 응시한다
이 사이에 단테는 <신곡>을 저술한다. 신곡은 추방과 소외라는 혼돈이
낳은 밤하늘의 춤추는 별이 되었다.
다산 정약용은 18년이라는 강진 유배에서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추사 김정희는 기약없는 제주도 유배에서 <세한도>를 그렸냈다.
삶은 고군분투하게 성장하고 창조해 내는 것, 지독한 슬픔도 무기력도
다 내려 놓고 다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