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놓게나, 비우게나.
우리의 삶 속에서 제일 흔하게 듣는 말이다.
‘색(色)을 보고 色에 머무는(집착) 마음을 내면 미혹한 사람이고
色을 보되 色을 초월하여 色에 머물지(집착) 아니한 마음을 내면
깨달은 사람이다’라고 금강경에 나오는 문장이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 강을 건너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여인을 업어 강을 건내준 스님의 일화가 있다.
어느날 사미승과 큰스님이 함께 길을 걷다가 강가에 이르렀는데
강가에 한 여인이 물이 깊어 강을 건너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큰스님이 그 여인을 업어 강을 건내주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걷고 있는데, 사미스님이 비난 섞인 목소리로 하
는 말 ‘승려는 여자를 멀리하라‘ 했는데 왜 승려로써 해서는 안 되는
불경스런 일을 했습니까?
그러자 큰스님이 대답하기를 ‘나는 이미 그 여인을 내려 놓았는데,
너는 아직도 업고 있단 말이야?
이렇게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이 지나치면 나를 가둬놓는 집착에 빠
지기 쉽다. 항상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법정 스님이 말하는 ’무염산방(無染山房)‘이란 세상 속에 머물지만,
세간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수행자가 속세에서 바르게 사는
길이다.
한 남자가 높은 산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가파른 절벽 아래로 미끄러
지면서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고 매달려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팔
의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발아래로 몇 백 미터 낭떠러지가 펼쳐
있다. 이제 더는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겁이 덜컥 난 이 사람
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부르짖는다.
’저기요 하나님, 내 말 들리세요. 나좀 도와주세요.‘
잠시 후, 하늘에서 깊고 위험한 소리가 들렸다.
나를 불렀느냐?
내가 널 도와줄 수는 있다마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할 수 있겠느냐?
뭐든 말씀만 해주세요.
그러면 ’붙잡고 있는 손을 놓아라.‘
이 남자는 몇 초 동안 생각하더니 이렇게 부르짖는다.
’허, 거기 누구 다른 사람 없나요?
이 비유는 우리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자기 확신에 사로잡히면 딱, 저렇게 된다.
절대 놓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게 옳을 것 같으니까?
놓으면 죽을 같으니까.
이렇게 붙들려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무수히 많다.
내려놓으라, 고 하면 누구 죽는 꼴 보고 싶냐고 야속해 한다.
하지만 내려놓아야 사는 길이 열린다.
내려놓을 때 얻는 것은 끝이 없다.
신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
감당치 못할 시련을 주지 않는다.
시련을 참고 견디는 사람에게 축복을 내린다.
철학자 니체는
’가혹한 시련이야말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최고의 친구다.’라고
말했다.
세상엔 내려놓아야 할 것이 들이 많다.
행여, 당신이 붙들고 매달려 것은 무엇인가?
주색인가, 도박인가, 마약인가, 원망인가. 분노인가,
정치인도, 종교인도, 조금만 비우고 내려놓으면 될 걸 그리 못해
비난받고 떠내려가는 것을 무수히 보고 있다.
우리를 절망하게 하는 것은 거듭된 곤경이 아니다.
곤경을 당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있다.
’깨달음 하나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곤경은 결코 절망일 수 없다'
고 공자는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