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관계
  • 2023-11-25
진서리

관계

이미 고전이 된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의 딜레마가 있다.

추운 날씨에 고슴도치들은 냉기를 견디기 위해 서로 달라 붙지만, 까시가 서로를 찔러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상대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 체온을

나눈다. 는 이야기다.

사람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는 부부,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 선생님과 학생, 등

의 다양한 관계를 잘 지내기가 어렵다. 낳고 키운 자식들도 커가면서 부모의 참견을

죽도록 싫어한다. 엄마와 딸 사이에도 크고 작은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람은 가까울수록 상처 주는 일이 빈번하다.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까시를 세운다.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과 시기심, 자존심 때문에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상대에게 요구

한다. 부모도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이 대신 성취하기를 바란다. 전교 1등을

했는데 아니, 전국 수석을 하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부모 자식 사이에 서글픈 일이 생

긴다.

고사성어 가운데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하라.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

지 말라는 경고의 말로 '난로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논에 이런 글이 있다.“첩과 종은

부리기가 어렵다”고 했다. 잘 대해주면 기어 오르고 좀 멀리하면 앙탈과 원망을 하기

때문아니겠는가.

사회란 필연적으로 타협을 요구한다.

그런데 접촉범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불행을 자초할 수 있는 환경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내면이 공허하고 삶이 단조로울 때 다른 사람의 온기를 기대한다.

공감받고 싶고, 지지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우리 속담에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이가 갈린다’고 했다.

몹씨 그리워하다가도 보고 나면 정이 떨어진다.

남인수가 부른 <청춘고백>의 노랫말 가운데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 보면 시들하고...

이 몹쓸 이내 심사, 이 무슨 변덕이란 말인가.

칼린 지브란은 <사랑를 지켜가는 거리>라는 시에서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고 읊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 사회를 ‘불’ 에 비유했다.

현명한 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에 손을 집어넣고 화상

을 입고는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친다. 고 말했다.

내 마음이 춥다고 느껴 타인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내면의 공허와 정신의 빈곤

때문에 자신과 처지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려 유유상종하면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러나 타인을 통해 얻는 가치는 행복의 본질이 아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내면이 빈곤하고 정신이 공허하면 무엇이든지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려 하지만 소용없

는 일이다. 오히려 자칫 화상만 입을 수 있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홀로서기와 함께하기’ 사이에서 균형 잡기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냉기를 가시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