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이럴 줄 짐작은 했지만
  • 2023-11-16
진서리

이럴 줄 짐작은 했지만

이전 시대에는 연륜이 쌓여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들의 지혜가 후세대의

삶에 매우 중요한 지침이 되었었다. 어려운 일에 부닥치면 젊은 사람들은

으레 연장자인 어른을 찾아가 자문을구하기도 했었다.

그 대가로 연장자들은 늘 존경과 대접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처럼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이전의 지식은

금방 쓸모가 없어진다. 과학 기술의 빠른 발전이 전 세대의 지식을 쓸모

없는 것 들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 든 사람들의 생

각은 고리타분한 낡은 것이 되어버려 아무도 거들어 보지도 않고 아무도

어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이럴 줄 짐작은 하고 살았지

만, 막상 당해보니 서글퍼지지 않을 수가 없다.

더 슬픈 것은 나이가 더해 갈수록 시력, 청력, 기억력은 갈수록 떨어져 새

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따라 하기가 어렵다. 금방 배워서 알았는데 돌아서

면 까먹기가 일수다. 이렇게 한참 뒤 쳐진 채 이제 따라가기를 포기해 버

리고 사는 어른들이 대다수다. 그 좋았던 시절은 다 지나가고 나쁜 일만

기다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오래 살고야 싶겠지만 끝나버린 존재 같아 늙

어지는 게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라는 말처럼 일흔, 여든, 아흔을 지나도 꾸준히

날마다 새롭고 새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비참하고 회한으로 기득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렛플릭스를 통해 <뜨거운 것이 좋다>

<벤허> 등의 영화를 보고, <넷킹 콜>의 노래를 듣는다. 생물학적으로 퇴화하

는 뇌를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면 노화를 늦춰가며 총명하게 지낼 수 있지 않

겠는가. 기억력은 최신 것부터 떨어진다. 어제 했던 일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뇌가 싱싱해질 것 아닌가. 70 이후부터 사

용하는 단어 수도 학연히 줄어 들어 말은 하고 싶어도 단어 생각이 나지 않아

말하기를 포기한다.

흔히 인격을 "지덕체(智德體)" 의 총합이라 한다.

나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을 써본다.

덕이란, 남을 배려하는 돌봄이다. 이타주의다. “덕불고德不孤)”라 하지 않던가.

베풀고 살면 늙어서도 외롭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틈

만 나면 걷는다. 보통 여 일곱 정거장은 걷는다. 최소한 한 주에 한 번은 낮은 산

둘레길, 한 번은 장거리 높은 산행을 한다.

아직은 80대 중반이지만, 지금 무엇을 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정한다.

주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고 요리며 설거지, 청

소를 한다. 오늘은 누구와 통화하고 누구를 만날 것인지,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를 검색하거나 대형서점을 방문한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염두에 두며 살아간다.

그래서 꾸준하게 지덕체를 연마해 인격을 가다듬고 내가 내 인생을 운전하다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