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西山大師)의 시(詩)
(85세로 입적할 당시 마지막으로 읊은 시)
<인생 1 >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 눈 내린 들판 위를 걸을 때 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 자욱이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인생 2 >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흉 없는 사람 이디 있겠소
가난하다고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 소리 치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것이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