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우회(迂廻)"하시오.
  • 2023-05-21
진서리

"우회(迂廻)"하시오.

곧장 가지 말고 돌아 가라는 말이다.

서울 관악산 8봉을 거쳐 연주대(629m)까지 올라가는 난코스마다 ‘우회’하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우회를 무시하고 직진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산악인의

흔적을 표시해 놓은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다.

등정(登頂)과 등로(登路)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꽃>이라는 시인 고은씨의 시

를 소개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오를 땐 앞만 보고 서둘러 올랐기에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내려갈 때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이련만 끝내 보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 사람도 허다하다. 올라

갈 때는 한 계단이라도 뒤질세라 남을 밀어젖히며 올랐지만, 그 정상이란 오래

머무는 자리가 아니다. 잠깐이고 내려와야 한다.

등정주의 패러다임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산은 정복의 대상이다.

가급적 빠른 시간에 정복해야 될 대상으로 산이 존재한다. 하지만 등로주의 패

러다임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에게 산은 자신과 혼연일체다.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된다. 그래서 감히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나도 처음 등산을 할 때 등정주의자였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등로주의로 바꾸

었다. 최근에는 내가 사는 오피스텔에서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일곱 정거장을

걸어서 간다. 그 후부터 예전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광들을 놓치지 않고 구

경할 수 있게 되었다.

“회오리바람이 심할수록 옆을 둘러보라”는 말이 있다.

결국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곧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계기

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속도전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래 회오리바람이 심할 때일수록 앞만 보지 말고 옆을 살피라는 말 아닌가.

미국 속담에 “밤에 편히 잘 수 있을 만큼만 걸어라.”라고 한다.

항상 지나치지 말아야 그꽃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주변을 살피고 이것저것 챙

기면 더디 갈 것 같지만 나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멀리 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각도다.

삶이 꼬이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일수록 자신에게만 집중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옆을 살피고 이웃과 함께 우회할 때 답이 보이는 법이다.

어머님이 일러주신 말씀 중에 “바늘 허리 매어 쓸 수 없다.”는 속담을 늘 새기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