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어머니와 자식
  • 2023-05-08
진서리

어머니와 자식

시인 정채봉님은 <콩씨네 자녀교육>이라는 시에서 "광야로 보낸 자식은 콩

나무가 되고 온실로 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눈물로 키운 자식은 망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막 태어난 영아는 산모와 연결된 탯줄을 잘라내지 않으면 두 생명 모두 살아

남을 수 없다. 물린 젖을 떼고, 채웠던 기저귀를 떼고, 혼자 걸을 수 있도록

걸음을 떼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는 걸어 나간다. 내 품 안에서 한

발씩 멀어져 간다.

새끼 사랑이 매우 특별하다는 곰의 모성은 어린 새끼가 두 살쯤 되면 새끼

곰을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으로 간다.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산 딸기밭

으로 간다. 어린 새끼 곰들은 딸기를 따 먹느라 잠시 어미 곰을 잃어 버린다.

그 틈을 노려 어미 곰은 몰래몰래 아주 멀리멀리 떠난다.

껴안는 케어가 사랑이듯이 떼어놓는 열정 또한 사랑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모성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합일의

열정’이고 다른 하나는 ‘분리의 열정’이다. 합일의 열정이란 자식과 함께 있

고 싶고, 함께 살고 싶고, 자식과 운명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바라는 모성 본능

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일의 열정만으로는 자식을 결코훌륭하게 키울 수 없

다는 것이다. 자칫 자식과 가까운 존재라는 이유로 올바른 인간성 형성에

최대의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스칼은 분리의 열정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결국 어머니의 사랑이란 자식을 과감하게 냉정하게 떼어내는 데 있다는 것

이다. 이것이야말로 여성에게 부과되는 가장 엄격한 행위로 어머니의 최종

능력에 해당된다. 떼어내는 열정이 훗날 효도하는 자식으로 거듭난다는 사

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자를 멀리 놓아주는 능력이

야말로 위대한 모성애가 아닐 수 없다.

자식을 위해라면 죽은 나무에 꽃도 피우게 하는 것이 모성애 라하지만, 자식

이 스스로 제어하고 끝없이 아프게 이루어 내지 못하면 오히려 불결해지기

까지 하는 것이 또한 모성애인 것이다.

시실 내 아네, 내 남편, 내 자식에게서 얻는 기쁨이란 잠깐이다.

잘못하면 원수처럼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세상 어딘가에 항상 문 열어

놓고 기다리고 계실 따뜻한 어머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식은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닭의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는 46일이 될 때까지 어미 닭의 철저한 보호를 받

고 자라지만 이후부터 어미 닭은 곁에 얼씬도 못하게 쪼기 시작한다.

엄마를 더 따르고 싶지만, 어미 닭은 이미 폭군으로 변해버린다.

하는 수 없이 새끼 닭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엄마 없이 살아갈 방도를 의논한다.

새끼들이 먼저 독립하려고 한 게 아니라 어미가 먼저 독립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부모 자식간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동물들이 새끼를 기르고 사랑하는 지혜가 인간을 능가한다.

아이가 길을 가다 넘어졌다면 안타까워도 그대로 두고 지켜만 보면 된다.

매일매일 무릎을 깨틀이는 아픔이 있더라도 언젠가 엄마를 떠나 살아갈 수 있는

그 걸음마를 위해 손을 놓아야 한다.

넘어진 아이는 기다리기만 하면 다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아이를 크게 키우고 싶다면 방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모두들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부모가 자식을 만든다는 말은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준다는 것 딱 거기

까지 뿐이다. 부모의 뜻대로 자라 주는 아이는 없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는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는 게 사랑이고 20살이 넘으면 정

을 매몰차게 끊어주는 게 사랑이다.

자녀가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게 될지는 당신이 아이에게 애정을 얼마나 쏟았

는지를 반영하지 않는다. 자식이 자신의 뜻과 다른 길로 갈 때 내가 너를 위해

어떻게 희생했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는 부모는 보상받으려는 이기

적 심리가 내재 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싸르트르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은 일찍 죽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식 기 살려주라는 뜻이다.

아버지의 권위가 크면 클수록 자식들 스스로 결정할 경험과 기회를 놓치게 된

다는 말이다. 독립적이고 자립심이 강한 아이로 자라려면 어린 시절부터 실패

해보고 좌절할지라도 스스로 일어나고 결단하는 많은 경험이 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