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코로나 이후 모임이 많아졌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헤어진다. 주고받는 대화에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도 있다. 공자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은 겨울이 되어봐야 안다. 고 했다. 오늘 모임에서 그저 친구와 진짜 친구를 조금씩 알아 가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말이 문제다. 공감대가 없는 말이 질서 없이 난무하다보니 소통은 단절되고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같은 말을 해도 자신의 철학을 담아 말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말의 레벨업 뿐아니라 삶의 격도 다를 텐데 말 이다. 나이가 들면, 말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항상 모임에 나갈 때마다 입을 닫고 듣기에 집중하자고 다짐한다. 말 하지 않고 ‘침묵한 것’에 대해서는 한 번 후회할 수 있지만 ‘말 한 것’ 에 대해서는 자주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말 하지 않고 미소만 짓는 것도 상당한 수준의 레벨업 아닌가. 그래서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말할 때는 2분을 넘기지 말라. 2분이 대화 의 민주주의라고 한다. 2분은 또한 소통의 조건이다. 대화는 주고 받아야 하는 것,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화가 일 방향인지 쌍 방향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대화는 듣는 것이 절반이라는 말 이다. 듣기는 말 하기에 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되니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경청은 결코 아무나 구사하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게 습관인 사람,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을 때 땡감을 씹는 표정을 짓 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말 수가 적은 사람에 대한 오해도 걷어야 한다. 할 말이 아예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말이 적은 성격일 뿐이다. 누구나 끝 없이 말 하고 싶은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살아 간다. 그러니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말 할 수있도록 서로 격려할 필요가 있다. 똑같이 대추 한 알을 보고도 평범한 사람은 '대추는 가을이 되면 저절로 붉 어진다고 틀에 박힌 말을 한다. 그런데 시인(장석주)은 대추가 저절로 붉어 질리 없다. 그 안에 태풍과 천둥, 벼락이 들어있다고 표현하지 않던가. 또한, 훌륭한 말을 한다고 해도 대화를 독점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말 의 무게와 인품까지 떨어진다. 침묵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다음에 말이 따라야 한다. 공자는 “회사후소(繪事後素)”라했다. 그림을 그리기는 흰 바탕을 마련한 다음 에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말 이전에 내면의 진정한 인격이 먼저라는 의미다. 말 뿐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건강한 상태는 “함께(같이) 때로는 따 로(각자)”가 되는 것이다. 서로 각자의 삶이 분명하게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서 로돕는 관계가 건강한 것이다. 인간(人間)은 사람(人)과 사람(人)사이(間)이다. 인간이라는 말은 ‘인간관계(人間關係)’의 약자라고 한다. 결국, 사람이 사람다 움의 가치를 지니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즉 인간의 존재 가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