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위해 한반도까지 사람을 보내 약초를 찾았지만, 그는 결국, 49세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로서는 그래도 장수한 셈이다. 인간의 수명은 삶의 여건이 좋아지면 저절로 늘어나게 되어있다. 그러니까 소득 수준과 비례한다. 개인의 소득 수준이 1.000달러인 국가는 평균수명이 45세, 5.000달러 면 65세, 3만 달러면 80세 정도다. 지금 3만 달러 이상으로 기적적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장수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리고 14% 이상 이면 고령사회로 분류한다. 2030년이 되면 한국은 25%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노인 인구비율이 30% 에 이르렀다. 그들은 정년을 70세로 늘려가는 등 착실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초고령사회에서 발생하는 내부 갈등은 상당히 깊다.
지난해 부산 국제 영화제에 올라온 일본 영화 “플랜 75”는 필름 속의 세상 이지만, 초고령사회의 깊은 고민을 보여 주었다. 한 젊은이가 국가의 어려 움을 해결한다며 노인을 살해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 후 젊은이는 일본의 미래가 좋아지기를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뉴스가 이어졌다. 고령자 습격 사건이 전국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나날이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플랜 75“에 대해서는 발의부터 극심한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드 디어 오늘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의 이목을 모으는 이 제도가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세상을 뜻대로 하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가 ‘플랜 75’ 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권장하기에 이른다. 영화 속에서는 노인들이 원하는 때에 세상을 떠날 수 있어 너무 좋다는 TV 광고도 나오고 그로부터 3년 후에는 성과에 고무된 정부가 “플랜 65”를 새 로이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이토록 우울한 모습은 영화 속의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맞이 할 초고령사회는 어떤 측면에서는 가혹할지 모르지만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년층 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15%인데 우리는 그 세배인 45%에 육박한다. 최소 생활비 를 확보하지 못하는 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2030년이면 한국의 노인 인구는 1.300만 명을 넘을 것인데 이대로 가면 수백만 명의 노인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참담한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 준비 없이 초 고령사회를 맞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하루가 급한 일이다.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를 따져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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