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어제는 95세가 되신 처삼촌을 만났다. 건강한 모습이 80대로도
보이지 않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무슨 비결이 있으신가 물었더니 '속이 없어서 그렇다.' 고 하신다.
대박!!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어서 폭풍우에도 꺾이지 않고 꼿꼿하게
버티지 않던가. 나이 값을 하고 사시는 것 같아 존경스러웠다.
‘나이’를 먹는다. 에서 ‘나이’ 라는 평범한 단어도 쪼개서 분석해
보면 숨은 뜻이 보인다.
모든 단어는 스스로 만들어지지 법이 없다.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이 담기기 때문에 이유가 없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
‘나이’ 란 ‘나’와 ‘이제’ 가 합쳐진 단어다.
‘이제’ 는 ‘어제’와 다르게 행동해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이를 더 먹을수록 더 부드럽고 너그러워져야 한다.
공자는 60을 ‘이순(耳順)’ 이라 했다. 귀가 순해졌다는 뜻이다.
귀가 순해져 듣기 싫은 말도 너그럽게 받아 넘질 줄 안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다. 어디 귀뿐인가. 60 나이가 되면, 눈도, 입도 순
해져야 한다. 순해진다는 것은 부드럽고 너그러워진다는 뜻이다.
‘너그러워진다’ 는 말은 ‘네가 그리워진다.’ 는 의미다.
그리워짐이란, 기다림 속에 잉태하고 자라는 법이다.
'너를 그리워 하며, 생각한다' 는 뜻이다.
저마다의 삶 속에서 마주쳤던 소중한 추억들이 시간과 함께 한
장의 추억으로 기록되며, 추억은 다시 그리움으로 환생되어 진다.
그러니까 ‘너그럽다’는 말의 의미는 실수가 있어도 눈 한번 찔끔
감아주고 받아주는 배려, 잘못이 있어도 잘잘못을 가리지 않는 따
뜻한 마음, 갈등과 반목도 품어주고 포용하는 아량,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여유로움, 슬픔과 아픔의 이면에서 즐거
움과 기쁨을 바라보는 긍정심, 이 모두가 너그러움과 함께 자라는 삶
의 미덕이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시간이 내가 만났던 수 많은 사람
들을 너그럽게 바라보며 그 속에 담긴 너를 그리워하며 사색하는 시간
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었으니까.
사람을 ‘인간(人間)’ 이라고 한다.
인간(人間)이라는 글자를 잘 살펴보면 ‘사람과사람 사이’ 라는 뜻이다
우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따라 내 삶의 의미가 만들어 진다.
그러니까 인간이란 사람이 어찌 살아야 하는지가 보이는 단어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인간을 알아야 하지 않
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