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천생웬수일까?
  • 2022-12-14
진서리



     천생웬수일까?


   “거봐, 저 사람 저럴 줄 알았다니까.”

   “아니 저 여편네, 또 잔소리하네.”

제일 가깝고도 제일 먼 부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인데도 이처럼

마음이 갈라지면 서로에게 배려와 존중은 사라지고 남이 되고 웬수가 

수 있다.

 

시인 문정희는 <남편>이라는 시에서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

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인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다.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도 결혼한지 벌써 50년이 지났다. 그 동안 나와 함께

오랜 세월 밥을 같이 먹고 살았는데도 왜 우리는 그렇게도 많이 싸우고 또

싸웠던 것인가.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도 효

적인 방법으로 공자는 논어에서 “구이경지(久而敬之)”라 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 천생연분이 된다는 말일 게다.

 

결혼 50년, 가진 것이라 고는 쥐뿔이나  자존심 밖에 없으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가진 것처럼 나는 늘 큰소리 치면서 살았다. 더 큰 문제는 아내가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알아주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나는 매일 강의를 해야 했고 입학상담을 해야 했다.

하루 종일 말을 계속해야 했다. 입에서 쓴 내가 펄펄 났다.

말하는 게 지겨웠다.

그러니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기진맥진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내는 내가 오기만 기다렸다가 시집, 친정집 대소사 일이며 애들

문제들을 상의하고 싶은데 “난 몰라. 당신 알아서 ”하면서 말 문을 닫은

것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쌓인 상처 때문에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까지도

어느 순간 멈춰버린 것이다. 그러니 웬수일 수 밖에

어떤 실험에서 결혼한지 2주 된 부부와 2개월 된 부부, 그리고  20년이 된

부부를 대상으로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커플은  20년이 된 부부가 아니라  2주 된

부부였다. 20년 된 부부는 서로에 대해  관심도 없다.  궁금해 하지도 않는

다. 알려고 하는 것을 포기한다. 이럴 경우 천생웬수를  천생연분으로 바꿀

수 없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를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절대 상대방을 다 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나 자신도 모른다. 그런데 상대를 어찌 다 알겠는가.

오직 ‘구이경지’ 즉 배려와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의 고유 공간을 존중해주고 필요 이상의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 안에 가두고 있는 자존심을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하지 못했던 일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