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 이후의 비극
누구나 무엇을 완성한다는 것은 좋고, 기쁜 일이지만, 그 완성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다 이뤄진 이후에도 그곳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
기에 완성을 즐기고 누릴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내 이 정도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던 사람도 정작 그 소원을 이루고 나면 다시 새롭게 목표
를 다시 설정한다. 몸은 포만해졌어도 마음은 포만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소유하거나 더 누리면 안 되는 상태 즉, 완성의 시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마음은 그
완성을 거부한다. "무슨 소리! 여기서 만족할 것 같았으면, 시작도 안했다. 내가 누군데!”
아니 더 많이 가져야 한다면서 거침없이 달려가야 한다.고 자신을 꼬드긴다.
천민 출신으로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천하를 얻은 셈인데도 중국
대륙까지 정벌하기 위해 험한 바다를 건너 조선을 침략했다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처럼
완성 이후에 시작된 비극적인 일들은 먼 역사를 들춰낼 것도 없다. 우리 주변에 무수히 존재
한다. 인생의 모든 비극은 역경(逆境)에 있을 때가 아니라 완성된 이후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 않던가.
권력은 십 년을 넘기기 힘들고, 꽃은 열흘을 붉기가 어렵다. 는 말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자 고 정주영은 대한민국 제1의 부호가 되었지만 그로써 만족하고 완성을 즐
기고 누렸어야 했지만, 만족을 거부하고 더 큰 일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대통령 선거에 출
마하는 엉뚱한 일에 나섰다가 실패한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엉뚱한 짓이나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명언을 남긴 정주영 회장이었지만, ‘성공해서 완성된 이후에
더 힘든 것이 있다.’ 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를 두고 ‘성공의 비극,완성의 비극’이라 한다.
완성은 좋고 기쁜 일이매 틀림없다. 하지만, 성대한 여흥이 끝나면 조촐하게, 나 홀로만의 여행,
‘겨울 나그네’의 길을 가야 한다.
그리움도, 사랑도, 꿈도, 희망도, 모두 빈자라만 남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다 가져 본 솔로몬 왕도 이렇게 인생을 술회하고 세상을 따났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러니 삼등 열차를 타고 막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외로운 겨울 나그네’의 여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삶에서 그래도 확실한 것이 하나는 있기 때
문이다. 좋건 싫건 이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 시기만 불학실하다.
그러기에 죽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죽음에 대한 태도는 어쩔 수 있다.
죽음이야 신의 소관이지만, 죽음에 대한 입장만은 인간의 소관 아닌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말을 내뱉는 순간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어김없이 추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 그 당찬 기개를 두고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결국 세상을 다 이겨낼 수 있다는 자만심이 그
말 속에 도사렸던 것이다. 인생이란, 하나가 풀리면 다른 하나가 꼬이는 게 인생.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물과 예상치 못한 곤경이 끼어드는 게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