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여백(餘白)을 즐겨라.
  • 2022-06-20
진서리

여백(餘白)을 즐겨라.

여백이란 가득 채우지 않고 텅 빔의 공간을 둠으로써 평안하고 안전한 여유로움을

의미하는 말이다. 가령 내가 갖고 싶은 것이 100이라면 80만 가져도 만족스럽다는

마음의 지세다. 꽉 채우려고 무리수를 두다 보면 모두를 잃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

다. 모든 불행은 지나침이 원인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지나치면 차라리 아니

먹음만 못하다. 모든 것은 멈추지 못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음식뿐인가. 말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말과 말 사이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여기서

거리란 여백을 말하고 이때 여백은 <침묵>이다. 말이 은이라면 침묵은 금이다. 침

묵은 모든 언어를 포함하는 것이다. 말 수를 줄이든가 침묵할 일이다.

“한 말 짜리 그릇에는 아홉 되쯤 담는 게 좋다. 가득 채우려 하다가는 그릇 자체

게 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여백(餘白)을 남겨 두는 게 좋다.”고 채근담

쓰여 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덩달아 숨 가쁘다.

변화를 주지 못하면 나만 도태되는 것 아닌가. 싶은 걱정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작

은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날카로워져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기 일쑤다. 이럴 때일

수록 마음의 여백을 두어야 한다. 새벽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불철주야

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숨이 막힌다.

흔히 동양화의 묘미(妙味)는 餘白에 있다고 한다. 그 여백에서 느끼는 미(美)는 품

격을 한 껏 끌어 올린다. 사람 사는 일도, 세상 일도 그렇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게 될 때 삶을 사랑하게 되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무언가 비어 있어야

새로운 무언가채울 수있는 가능성이 있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조용히

자성해 보는 여백의 시간이 퇴보하는 듯이 보이지만, 더 높이뛰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는 것 뿐이다.

우리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은 직선과 곡선두 길이 있다.

곡선의 길이란 여백을 즐기는 길이다. 이 여백의 곡선에서 우리는 우연히 꿈을 낚을

있다. 곡선은 오솔길이고 여백이다. 우리의 눈은 어떤가. 시야를 높게 넓게 보는 게

여백이다. 나무에 서 멀리 떨어져야 숲이 보이고 섬에서 떠나야 섬이 보인다. 등잔 밑

은 언제나 어둡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백은 공허가 아니라 풍요다. 인간의 손때가 묻

지 않은 자연은만들지 않은 여백이며 인간의 손때가 묻은 문명은만들어진 채움

다. 손때 묻은 만들어진 문명에는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백이 당신을 채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