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신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땅에 묻는 매장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불에 태우는
화장(火葬)이 대부분이며 수목장(樹) 해양장(海洋葬) 등이 있고 티베트 지역에서는 천장
(天葬) 또는 조장(鳥葬)이라는 장례방식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장례의식에 마음을 쏟
는 근본적인 이유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죽음이란 생물학적인 종말을 의미하
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건강관리공단이 연구한 설문 조사
에 의하면 한국 노인들의 90% 이상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집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기를 희망하지만 실제로는 90% 이상이 병원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죽음의 질 지수’를 연구한 기관에 의하면 영
국이 1위 한국은 최하위 32위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기 때문이라
고 한다. 대가족 중심이었던 시대에는 가족의 죽음을 통해 죽음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죽음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모르는 것은 두려운 것이다. 두려우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게 사람 아닌가. 선진국에서
는 초등학교 때부터 죽음 체험학습을 하고 죽음에 대한 관련법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이 없다. 심지어 의과대학조차
도 죽음학 강의가 전무하다. 고 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보다 죽
어가는 과정 즉 육체적인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면 고통의
90%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마약 진통제 사용량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래 고통 속에서 임종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
국에서는 죽음이 임박하면 병원에서 가정으로 옮긴다. 이때 가정에서 사용하는 마약이
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반대다. 가정에서 병원으로 옮겨 간다. 그러니 더 두렵고 고
통스러운 것이다.
104세 최고령 호주의 과학자 구달 박사는 2018년 5월 10일 스위스 바젤에서 안락사
(安樂死)를 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베토벤 제9번 교향악의 마지막 장을 들으며 편안하
게 눈을 감았다. 그는 죽음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너무 오래 산 것이 후회 되고 앞으로의
삶이 행복해지지 않을 것 같아 안락사를 선택했다’ 고 말하고 안락사를 쉽게 허용하는 나
라를 찾아 호주에서 스위스로 날라와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고통 없
이 죽는다. 현재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
비아 캐나다 등이다. 미국은 주별로 허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안락사란 자의적 적극적
죽음을 말한다. 자신의 의사에 따라 독극물을 주입함으로써 고통 없이 품위 있게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어 사전에 환자 본인이 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하든지, 가족 2인 이상 이나 또는 의사 2인의 진단 등에 의하여 시행할 수 있
게 되었다. 이 법 시행 3개월 만에 3.000 명이 등록했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준비하지 않
으면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게 사람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것 이라면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일이 닥치면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사전의료의향서를 뿐만 아니라, 간소한 장례절차 의향서를 작성했다. 여기서 간소
한 절차란 이렇다 .* 가족끼리만 장례를 치러주길 바란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영정
앞에서 슬픈 척 인사하게 만드는 장례절차는 나부터 바꾸고 싶다.*부고는 하지 말고, 장례
후에 친척, 친구들에게 알려라. * 당일 화장이 가능하다면 당일에 절차를 끝내라. 3일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