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종남산 아래에 자리한 송광사 옆 커다란 연 방죽에 핀 백련(白蓮),
홍련(紅蓮),의 향(香)이 은은하게 코끝을 스친다. 연꽃잎은 잎사귀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은구슬처럼 또르르 굴러 끊임없이 비워낸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털어 낸다. 커다란 잎을 가진 연
꽃이 거센 빗줄기를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이유다.
오늘은 연꽃을 받치고 있는 연잎의 지혜를 깨닫는다.
이 맘도 저러하면 좋으련만, 그렇다!
넓게 자란 연잎이 오늘 나의 스승인 셈이다. 복잡하게 얽힌 머릿속을
지우고 마음을 비워내자. 연잎처럼 말이다.
과도한 삶의 무게로 넘어지지 않게 말이다.
미국의 작가 앨버트는 이렇게 말한다.
“뛰어난 기억력은 참으로 멋지다.
하지만, 진정으로 더 위대한 것은 비워내고 잊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다.”
기억력이 떨어진다면 기록으로 얼마든지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머릿속을 채울 것이 아니라 삶의 노폐물을 머
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비워내야 한다.
사람들은 “마음이 무겁다.”고 하소연한다.
그럴 때면 빗방울을 또르르 말아 말없이, 끊임 없이, 비워내는 연잎의
지혜를 떠올려 보자.
논어에서 공자는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요산요수(樂山樂水)’!!! 산과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이 풀리지 않고,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고 하는 일이 더디다 싶을 때면 요산요수
(樂山樂水)한다. 나는 40년을 넘게 산찾아 물찾아 살아내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니 4계절 물이 마르지 않는다.
덕유산의 향적봉(1614m) 계곡의 구천폭포, 연화폭포
치악산의 비로봉(1288m) 구룡계곡의 세렴폭포,
설악산의 대청봉(1708m) 천불동 계곡의 설악폭포
지리산의 천황봉(1915m) 백무동 계곡, 뱀사골의 실비단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