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종일 SNS에 매달려 사는 사람도 많다. 동창회, 교회, 성당, 절에 나가 관계
를 맺고 살아도 외로워질 때가 많다. 그런데도 늘 누군가와 만남을 고대하며
합치고 뭉치려고 애쓴다. 인간은 원하던 걸 손에 쥐었다고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토록 누군가를 그리워 해놓고는 내 사람이 되고 나면 지겨워 미치겠다고 돌
변하는 게 인간이다. 금수저의 갑질에 분노하면서도 임대주택 사람들과 어울리
는 것을 꺼려 하는 어른들을 따라 어린 애들조차 엘 에이치 임대아파트에 사는
또래들을 ‘엘 거지’라고 부른단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집은 갈수록 부족하다. 가족들이 집을 나가 혼자 살기를
원하니 더 많은 집이 필요하고 집을 지어도 지어도 부족하다. 4명이 한 집에서
살 때는 티비,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도 한 대면 되었지만, 혼자씩 사니 모두 4대
씩 필요하다. 홀로 사는 집 문 앞엔 인터넷 쇼핑물이 쌓인다. 외로움과 허전함을
소비로 때우기 때문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 혼 삶’이 대세가 되어가는 추세지만, 홀로 사는 게 결국은 불리하다는 것을 진
화론자 다윈은 누구보다 일찍 간파했었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게 진화에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함께 살아가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
워한다. 둘만 사는 것도, 가족끼리만 사는 것도 피곤한데, 타인과 부대끼며 살기
싫어서‘혼삶’을 쉽게도 결정하는 추세다.
나누는 걸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시골집에서 반찬이 올라오면 옆집에 나눠주
었다. 그렇게 나눠주기를 서너 번쯤 했는데, 옆집에 간 그릇이 빈 채로 돌아 온
다. 한 번쯤은 과일이라도 담아 돌려줄 법한데 매번 빈 그릇으로 돌려보내는 건
“ 받는 게 부담스럽다. 안 보냈으면 좋겠다. 옆집과 알고 지내고 싶지 않다는
뜻. 아닌가. 더 가관인 것은 어떤 사람이 이사 간지 얼마 안 돼 옆집에서 나오는
아저씨를 보고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했는데 어느 날 그 아저씨가 정색을 하면
서 “나는 피곤해 옆집과 알고 지내고 싶지 않으니 모른 채 해주었으면 좋겠다.”
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싱글은 말할 것도 없고, 부부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는 먼저 세상을 뜨고
혼자 남기 마련이다. 고독사는 이미 급증하고 있다. 하루 가 멀다하고 빈집에서
홀로 발견되는 고독사 뉴스를 접하다 보면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인간 군상들은 날마다 마주 보며 부대끼며 사는 피곤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러나 100세, 12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혼삶” 의 현실
에 대해 솔직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의 10~ 20년 뒤 모습을 앞서 보여주는 일본에서 감옥으로 가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마트에서 음료수나 과자를 훔치다 걸린 단골 절도다. 일본에서
는 200엔짜리 물건만 훔쳐도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다는 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외로움, 가족불화, 질병으로 힘든 노인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삼시 세끼
챙겨주고 돌봄까지 받을 수 있는 감옥행을 선택하고 있다. 고독한 ‘혼삶’보다는
감옥이라는 공동체가 낫다는 것 아닌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라고 말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죽을 때가 되어서야 그 꼴이 되어 후회하지
말아 야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두렵고 험난한 세상의 모든 파고를 홀로 넘어
야 하는 것만큼 큰 재난은 없다.
누구나 살면서 몇 번쯤은 사기를 당할 수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왕따를 당
할 수도 있다. 이럴 때 하소연하고 도움받을 사람 한 명 없는 세상이 지옥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함께 걱정하고 내 일처럼 나서주는 이들이 있다면 천국이고
극락 아니겠는가. 진짜 재난은 쓰나미나 지진이 아니라 몸이 심하게 아플 때 혼
자 죽어 갈 때조차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 누군가 곁에
있어 주고 함께 아파하는 이가 있다는 만큼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있겠는가.
평생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의 이야기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한결같은 부탁이 “우리 집에 데려다
달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미 집이 팔려 돌아갈 집이 없는 데도 말이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환선굴’을 찾은 70대 할아버지가 90이 넘은 어머니를 업고
올라오신다. 어머니의 소원이 죽기 전에 환선굴‘ 회개의 출렁다리’를 건너고 싶
다 해서 오게 되었다고 말 하신다.
우리가 모두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아닌가.
그런데 내 어머니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업어드리지 못한 게 이제 한으로 남는다.
오늘이 어버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