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느라고 25일 이상 집안에서만 있다가 오늘 산행을 ’투병산행‘
이다. 라고 정하고 종남산(604m)과 이어진 서방산(611m)산을 오른다. 이 두 산행에
평상시 같으면 4시간 반 정도면 되는데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천천히 쉬엄쉬엄
걷다 보니 7시간을 넘게 걸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나 이외는 산속에 아무도 없다.
산속은 평온하고 적막하다. 그늘진 소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은 뒤 방석을 펴놓고 등
산화도 벗는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운 뒤 방석에 누어 한잠을 청한다. 사방에 진달
래 피고 파릇파릇 나뭇잎이 자라나는 4월의 첫 산행은 코로나 후유증을 물리치고도
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천천히 걷기 때문인지 발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철학자 니체는 “진정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고 했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는“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고 했으며, 장 자크 루소
는” 나는 걸을 때 명상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고 말했으며 공자는“ 스스로 생각하며 걸어야 앞의 풍경
이 새로워 진다. 고 했다. 내 생각에도 그렇다.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뿌리가 발 아닌가.
이 발에 대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발은 인체공학
적으로 최고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신비로운 최고의 걸작이라고 했다.
발은 26개의 뼈와 32개의 근육과 힘줄, 107개의 인대가 있으며, 또한 발은 걸을 때
마다 체중의 1.5배에 해당하는 하중을 견뎌낸다. 심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심
장에서 받은 혈액을 다시 뿜어 올리는 ’제2의 심장‘ 이라고 한다. 하산해서 집에 돌아
오면 42도~45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발를 담그고 10분~15분 주물러주면 피로도 쉽
게 풀리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주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소중한 발을 우리는 너무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발을 대강대강 씻기가 일수고 걸레에 적당히 문지르고 만다. 발 건강이 나빠진다면 걷
는 자세가 틀어질 것이고, 관절과 뼈에 영향을 주어 심장과 폐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가끔 산행 때 보면 맨발로 걷는 등산객을 만난다. 한때는 나도 맨발
산행을 한 적이 있다.
발바닥을 자극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해 주기 때문에 당뇨병(한방에서 소갈병)을 앓던 세종
대왕은 발 버선 속에 콩을 넣어 신고 다녔다는 일화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일상의 생각’들을 글로 써서 올리기 시작한 게 벌써 3달을 지났다.
함께하는 이웃들이 아직은 몇십 명에 불과하지만, 내 블로그에 방문한 숫자는 6.500
명이 된다. 그들이 내 글을 매일 기다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멈추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글을 쓰기 위해서도 장시간 걸어야 한다. 산행할 때가 내 생각이 새롭게 일어
나고 정리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걷기는 내 인생에 마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