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판정은 깻잎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노자에 “백미(白眉)”라는 말이 있다. 승부에서 특출나게, 월등하게 큰 차이로
이겨야 한다는 말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야 상대가 아쉬움으로 상처받지 않
고 승자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승자가 월등한 표 차로 이겼
다면 느긋해질 터인데 근소한 차로 겨우 이겼으니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심
리적으로 조급해진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을을 찾다가 역풍을 맞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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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가 시기하는 사람은 백만장자가 아니다.
자기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거지다. 인간은 자기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은
시기하지 않는다. 고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말했다.
누군가의 시기가 불편하면 지금보다 뛰어나면 된다.
그 질투가 존경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백미(白眉)란 같은 분야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최고
의 칭찬이고 찬사다. 넘보지 못할 만큼 뛰어나면 시기를 거두고 존경을 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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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천 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 당하고, 자기보다 만 배 부자면 그의 노예
가 된다고 했다. 그러니 ’백미‘가 되기 위해서는 재능도 인격도 갈고닦아야 빛이
난다. 인품은 안으로 품을 때 더 깊어지고, 말은 한 박자 늦출 때 더 믿음이 생기는
법이다. 속에 든 것이 변변찮은 사람이온 세상 것을 다 아는 듯이 떠벌인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작은 화려한 깃털을 아무 때나 펼쳐
보이지 않는다. 그게 공작의 자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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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로‘광이불요(光而不耀)’라는 말이 있다.
빛나되 눈부시게 하지 않는다는 말로 높아질수록, 많이 가질수록 낮아지고 겸손
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왜 그런가. ‘복(福에)는 화(禍)가 숨어 있다.’고 했다.
사람이 화를 만났을 때 자신을 책망하고 ‘내 탓이오’라고 생각하면 복이 오기 시작
하고 복을 얻었을 때 방자하면 복이 떠나가고 화가 온다고 했다. 화와 복은 서로
의지하여 생겨난다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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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일에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있고,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이 함께 있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맞물려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꼬아놓은 새끼와 같이 번 갈아서
온다는 뜻이다.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나만
의 옳고 정당함이다. 내가 옳은 것이 모두에게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자도 패자도 새겨들어야 할 교훈 아닌가. 배려는 승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