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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과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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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책에서 티베트 우화, 수달과 올빼미의 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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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어느 골짜기에 수달이 사는 호수가 있다. 달 밝은 밤이면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 수면으로 헤엄쳐 올라온다. 그러면 호숫가를 배회하던 올빼미가 재빨리 내려와 수달의 손에서 물고기를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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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올빼미가 수달의 먹이를 빼앗는 것 같지만, 조금만 관찰하면 수달이 자발적으로 물고기를 내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음 날 밤이 되면 수달은 어김없이 물고기를 잡아 수면 위로 떠 오르고 나무 위에서 기다리던 올빼미가 날아와 물고기를 낚아채 간다. 수달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끝없이 자기를 희생하며 물고기를 잡아 바칠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관계는 불공평하다. 그런데도 오히려 올빼미가 떠날까 봐 수달은 불안해한다. 이 수달과 올빼미의 관계를 티베트어로 <렌착>이라 부르는데 이 같은 <렌착현상>은 '전생의 빚'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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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까운 주변에 수달과 올빼미의 관계처럼 렌착으로 고착화 된 삶을 살아가는 지인 부부가 있는데 자신의 욕구보다 남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데 에너지를 쏟으며 주종관계로 살아간다. 마치 올빼미가 떠날까 봐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수달처럼 관계가 끊어지는 두려움에 전전긍긍하며 불공평해 보이는 관계를 당연한 듯이 여기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전생에 무슨 빚을 지었기에 육체적 정신적 노예처럼 저렇게 사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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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렌착현상>은 부모 자식 사이에도 있다.
부모가 어떤 자식에게는 도움을 받기만 하는 관계로, 어떤 자식에게는 도움을 주기만 하는 관계로 고착화 되는 것도 렌착의 일종인 것이다. 관계의 렌착 고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렌착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가 렌착인지, 진정한 애정인지를 알아차리는 기준을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불교 스승들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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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순수한 기쁨을 주는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자리하고 있는가? 자기희생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결과와 성장을 가져다 주는가?’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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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인간관계에서도‘가지치기’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훌륭한 정원사는 어느 가지가 나무에 유익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알고 가지치기를 할 줄 안다. 정리되지 않은 관계는 인생을 고갈시키고 고통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지치기에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고통은 우리를 떠나는 것들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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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가지치기는 상대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연민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수달의 삶은 수달의 삶이고, 올빼미의 삶은 올빼미의 삶 아닌가. 인간은 필연적으로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주기만 하는 존재로, 받기만 하는 존재로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나면 심리적 만족을 얻어 의욕과 흥이 생겨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심리적 만족감이 떨어져 기진맥진해지고 기분이 침울해지기도 한다. 불편한 관계에서 느낀 나쁜 감정들이 인생을 고갈시키는데도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불만족과 고통을 고스란히 겪으며 삶을 이어가는 삶도 있다. 서로에게 존중과 존경이 없다면 관계는 영적 타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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