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씨 과일은 먹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언어 중에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다.
절망을 희망으로 일구어내는 보석 같은 금언이기 때문이다.
석과불식은 고난과 역경에 대한 희망의 언어다.
씨 과일은 먹지 않고 땅에 심는다. 땅에 심어 새싹으로 키워내고 다시 나무로,
숲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절망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길어 올린 옛
사람들의 오래된 지혜이고 의지다.
옛날 농경사회에서 씨(종자)까지 먹어치운다거나 팔아먹는 사람을 희망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 씨 팔놈, 씨 팔년 이라고 비난했던 상스런 욕이 있었다.
종자 돈까지 다 날리면 가망이 없는 사람 취급하여 x 할놈, x 할년 이란 욕을
먹었다.
살아있는 것들은 물결을 타고 흘러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올라 간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 바람 가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역풍을 타고 난다.
죽은 물고기는 배 내밀고 떠밀려가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작은 송사리도 위
로 올라간다. 잉어가 용문 협곡으로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희망을 가진 것들은 떠내려가지 않는다. 거슬러 올라가거나 원하는 데로 간다.
그냥 떠밀려갈 것인가. 아니면 힘들어도 역류하면서 가고자 하는 물줄기를 찾
겠는가. 잊지 말자. 우리는 죽은 물고기가 아니지 않은가.
‘석과불식’은 단지 한 알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의 철학이다. 역경을 희망으로 바꾸어 내기 위해 꼭 남겨두어야 할 씨 과
일, 어떻든 종자 돈 함부로 써버리면 내 돈 없어지고 희망이 없다고 욕먹는다.
고향집 앞마당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두던 홍시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