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운명(運命)에 대하여
  • 2021-10-16
진서리

 




              운명(運命)에 대하여





 



   운명(運命)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움직일(자에 목숨명()”자로 운명이란 역시 변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던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게이츠가 굉장한 독서가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 몇 권씩을 해마다 추천해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책 읽기에 활자 중독이 된 나 같은 사람한테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9년 이 두 사람이 추천한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미국 작가 토올스라는 사람이 쓴 장편 소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30대 러시아 귀족 로스토프 백작이다.


그는 모스크바 크레믈린궁 근처에 자리한 러시아 최고의 텔 메트로폴스위트룸에 장기 투숙자로 문자 그대로 화려한 귀족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가 몇 년 전에 쓴 시 한 편이 러시아 혁명정부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종신 가택 연금형을 선고받게 된다. 여기서 그가 연금된 가택은 다름 아닌 호텔이었다. 물론 화려한 스위트룸 대신 창고로나 쓰면 알맞은 방 한 칸이 제공되었다. 가진 것을 모두 몰수당하고 몰락한 귀족계급의 참담한 생활이 시작된다.


호텔 안에서는 자유롭게 다녀도 되지만 한 발자국이라도 밖으로 나가는 날에는 당장 총살형이 그를 기다린다. 완벽한 품위로 가득 차 있던 귀족의 삶이 하루아침에 죄수의 삶으로 전락한 것이다. 금수저가 흙수저로 뒤바뀌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자살하거나, 살아남거나. 그가 부정적인 사람이었다면 당장에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거의 낭만적이고라고 할 만큼 완벽한 긍정주의를 택했다. 연금된 상태에서 자신만의 할 일을 찾아 밝게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백작 시절 신사 특유의 메너와 품위를 조금도 잃지 않은 채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환경을 일으켜 세워 호텔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호텔 식당에서 수석 웨이터로 눈부신 활약을 한다.


 



오바마나 빌 게이츠가 이 책을 추천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만약 자신들이 그와 같은 처지가 된다면하고 대비해보는 순간 그 운명의 롤러코스터를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너무도 뚜렷하게 눈앞에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흔히 왕관을 쓰고 살든, 머슴으로 살든 운명의 여신이 가져오는 고난은 혼자서 묵묵히 견뎌내는것만이 최선이라고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과연 말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마천이 <사기>를 쓰던 중 장군 <이릉>이라는 자의 일대기를 기록하는 부분에서 장군이 무제의 명을 받고 흉노를 정벌하러 떠났지만 패전해서 포로가 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에 대해 무제는 진노하고 신하들도 이릉을 능지처참하자고 했지만 오직 사마천만 이릉의 충직함을 찬양하고 두둔하는


글을 사기에 쓴 죄로 무제의 미움을 사게 되어 태사령이란 직책을 파면당하고 감옥에 갇혀 사형을 받게 된다.


 



  당시에 사형을 피하려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거나 궁형(宮刑)을 받거나 둘 뿐이었다. 당시엔 궁형을 받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사회 풍조였지만 사마천은 사기의 완성을 위해 48세의 나이에 생식기를 뿌리 채 자라내는 궁형을 선택하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사기를 완성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그 치욕을 견디며 하루에도 스무 번씩 식은땀을 흘리는 고통 속에서 이룩한 사기는 후대에 전해져 불후의 명작으로 오늘날에도 읽혀 지고 있다.


 



  인류 문화사에 위대한 명작들은 예외 없이 사마천처럼 인생의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감옥에서, 나라에서 추방을 당하고 나서, 장님이 되고 나서, 귀먹어거리가 되고 나서, 한을 풀 길이 없어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굽어보게 된 것이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쉬울 수도 있는 고난에서 그들은 삶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이루었고 인류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


 



  일찍이 석가는 삶이란 生老病死 모두 고통이라 했다. 누구나 크고 작은 고통과 어려움을 맞고 그것을이겨나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다. 그런데 누구는 고난을 당당하게 맞서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절망에 사로잡혀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기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물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다.


결국은 남한테서 일어나는 힘든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그게 인생이다. 단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확률적으로 나에게 일어난 것뿐임을 받아들인다면 삶의 무게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 자신의 목숨을 끊을 만큼 절박한 사람들에게 ##


<모스크바 신사><사마천>의 인생역정을 살펴봤으면 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