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퇴직한 후배한테서 안부 전화가 왔다. 내가 요사이는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전문‘부엌데기’로 산다고 했다.
그런데도 찬밥신세라고 한탄하면서 선배님은요? 한고 묻는다.
몇 해 전에 일본의 유명대학 의학박사의 신조어로 <부원병>이라
는 것을 읽어 본 기억이 났다.
부원병이란 퇴직한 남편 때문에 생긴 ‘속병’으로 10년 전부터 일본
에서 주부들이 앓고 있는 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
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주부들이 똑같은 증세로 시달리고 있는 주부
들이 많다는 것이다. 평소에 가정을 등한시했던 남편들이 은퇴후 집
에만 틀어박혀 시시콜콜 참견하고 세 끼니를 다 먹겠다고 차려 달라
니 짜증이 난다. 남편이집에 없을 때 생활에 익숙했던 주부들은 리듬
이 깨지면서 ‘심리적 부적응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퇴직한 남편의 간섭하는 말이나 행동 때문에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질환으로 두통, 현기증, 불면증 등의 각종 질한을 ‘부원병’이라
하는데 특히“참을성이 많은 현모양처일수록 부원병에 걸릴 확률이 높
다고 한다. 고령화와 동시에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부원병은 더 심해
질 수 밖에 없다. 생식과 사냥의 임무가 끝난 수컷은 가족에 짐이 되는
것은 동물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어쩌다 이 지
경이 되었는지 서글퍼질 수밖에 없다.
남자의 능력이란 허리와 지갑이었는데, 이게 부실해지면 천덕꾸러기
가 된다. 숲 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어쩌겠는가.
부엌일을 도맡는 '부엌데기'로 살아갈 각오가 되었는데도 아내들이 말
하는 제일 좋은 남편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남편'이란다. 어찌할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