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불가의 명언이다. 젊은 시절에는 주머니를 가득 채워야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다. 돈이든, 명예든 지위든 채워야 잘 사는 것인 줄 알았지
만 일본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모은
것이 아니라 남에게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
임상옥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
라고 말했다. 사람을 남기려면 나눠야 한다. 그것이 돈이든 마음이든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이면 된다.
성경에도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보다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한다. 하늘나라의 의란 이웃 사랑이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은 곧 나눔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눔의 경제원리는 나
에게는 행복감을 남에게는 유익함을 주는 일이다.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원리다. 오히려 나에게 풍성하게 채워지는 원리다.
성경(누가6장)은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안겨주리라”고 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들은 대개 풍족하게 사는 분들을 흔하게 본다.
1시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면 되고, 하루를 행복하려면 낚시를 가면
되고, 한 달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면 되고, 1년을 행복하려면 유산을
받으면 되고, 평생 행복하려면 나눔의 봉사를 하라는 격언이 있다. 행복
하고 싶은가? 가지려는 마음에서 더 주려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어렵지 않다.
지난 4월 일본 군마현의 한 쓰레기 처리장에서 혼자 살다가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현금 4억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버려진 유품 속에서 나온 돈이 지난해만도 1.900억에 달한
정도라고 하니 쓰레기장만 잘 뒤져도 돈벌이가 쏠쏠할 것 같지 않은가.
외롭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 직전까지 돈을 생명줄처럼 움켜쥐고
있던 노년의 강박감에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돈은 써야 내 돈이다. 내가 벌어놓은 돈이라도 내가 쓰지 않으면 결국
남의 돈이다. 노인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최후의 보루로 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정도의 비참
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돈이 있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다. 차라리 평상시에
건강관리에 돈을 좀 쓰고 평소에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나누고 베풀고 살
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국내 재벌치고 상속에 관한 분쟁이 없는 가문을 찾아보기 힘 든다.
어디 재벌뿐인가. 평범한 가정에서도 상속을 놓고 전쟁을 치른다.
만일 3억 이상 남기면 그 후손들은 틀림없이 원수로 남는다는 세간의
얘기를 쉽게 듣는다. 후손들끼리 싸우게 만들어놓고 떠났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상금을 갖고 이복형제
들이 다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돈 앞에 자유롭지 못한 세태가 한
심스럽고 안타깝다.
자다가도 돈 하면 벌떡 일어난다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내 자식은 다른 사람 자식하고 다르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장의사에게 지불 할 돈만 남기고 다 쓰라는 말은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
는 말 아닌가. 평소에 후손들에게 화목하게 살아가는 가풍(家風)을 조성
해주는 정신적 유산을 남겨주었어야 할 것이다. 죽은 뒤에 나를 찾는 이들
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을 묘비명이라 하
는데 조지 버나드 쇼는“내 우물쭈물 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고 했고 걸레
스님으로 유명했던 중광 스님은 “괜히 왔다 간다.”고 했다.
돈을 쓰는 걸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남을 돕는 데 돈을 쓰는지, 먹고
마시는 데 돈을 쓰는지, 책을 사는 데 쓰는지를 보라고 한다. 그리스 시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부자가 재산을 자랑하더라도 그 재산을 어떻게 쓰는
가를 알기 전에는 칭찬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