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가 많은 나무 위에서 잠을 자고 쓰디쓴 쓸개를 씹는다. 는 말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고초를 참고 견딘다. 는 고사성어로
누구나 다 아는 글이다.
월나라 왕 <구천>은 온갖 수모와 고초를 다 겪는다.
그가 젊은 시절 오나라 왕 <함려>에게 어머니와 사부, 그리고 사랑
하는 여인까지 잃는다. 후에 <구천>은 월나라 왕위에 오른 뒤 오나라
왕 <함려>를 죽여서 복수를 하지만, 3년 뒤 <함려>의 아들 <부차>에
게 패하고 오나라에 끌려가 노예로 살아가는 치욕을 또 겪는다.
그가 노예 생활을 하다 풀려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오나라 왕 <부차>
의 대소변을 맛보는 일을 자처한 것이다. 이같이 바보 같은 자신의 모
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가 똥 맛을 보고 신뢰를 얻게
되어 풀려났다 하여 “상분득신(嘗糞得信)”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
이다.
<부차>에게서 풀려나 월나라로 귀환한 <구천>은 원수의 똥 맛을
보던 노예 생활의 치욕을 시간이 지나며 잊혀질까 봐 매일 같이 가시
덤불 위에서 자고 쓰디쓴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다짐했었다는 기록이
사마천의 사기에 나와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아무리 절박했던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유대민족은 노예 생활을 하던 이집트에서 탈출한 날을
기념하는 <유월절>에는 쓴 나물과 함께 누룩이나 효모를 넣지 않고 만든
고난의 떡 <무교병>을 지금도 먹는다. 고 한다.
이는 쓰디쓴 떡을 먹으며 과거 이집트 노예 생활의 고통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유대인 600만 명
대학살의 슬픈 역사에 대해 유대인들은 "용서는 하되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 한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서울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한 했었다.
일제 식민 당시 대한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애국지사들이 형무
소 안에서 온갖 모진 고초를 당했던 당시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설마 했
었는데, 너무 가슴 아팠었다. 우리도 일제 36년간의 식민시대를 기념하
는 3,1운동과 8,15해방 기념일을 형식적인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되겠다
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