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은 임제선사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읽다가
눈에 번쩍이는 대목이 있었다. 선사의 설법 중 “수처작주(隨處作主)’
라는 말이다. 어디고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어
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할지라도 이해득실에 속박되지 말고 주관과 소
신을 가지고 주인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할
지라도 주인의 마음으로 부지런히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면 그가 바로
세상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불교 보살행의 최고의 단계를 ”화작(化作)“이라 한다.
어떤 한 모습을 고집하지 않고 마주치는 인연따라 그모양대로 되는
‘그렇게 되기’이다. 물이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듯이 걸림이 없는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을 말한다.
작가 이대영이 쓴‘ 당신은 누구를 위해 일하십니까?’란 책에 은퇴
를 앞둔 목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이가 들어 은퇴를 준비하는 목수가
있었다. 이 목공소의 사장은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마지막으로 집 한 채만 더 지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목수의 마음은 이미 일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아무 성의 없이 대충 대충
집을 지었다.
집이 완성되자 사장은 그동안 수고한 목수에게 말한다.
“이 집은 자네 집일세.”
그동안 정말 고마웠네. 자네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집은 내가 자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일세.
아뿔사!!!(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함)
목공은 말을 잇지 못했다.
우화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