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내려올 때 더 눈부신사람
  • 2021-03-27
진서리







      내려올 때 더 눈부신 사람

 

  인생의 전성기와 쇠퇴기를 모두 지혜롭게 보내는 사람은 몇이나 될 까?

시인 고은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올 때 못 본 그꽃이라고 했지만, 그도

한창일 때 저지른 미투 사건에 연루되어 망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 올라갈 때는 뒤질세라 앞만 보고 서두르기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놓

치게 될 수 있다. 내려갈 때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이련만, 끝내 보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 사람도 허다하다.


 정상이란 오래 머무는 장소가 아니다. 잠깐이고 내려 와야 한다. 미국의 속담에

밤에 편히 잘 수 있을 만큼만 걸으라.고 했다멈출 줄 알아야 꽃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주변을 두루 살피고 이것저것  챙기다가 언제 간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누구보다 멀리 와있음을 알게 된다. 서두르지 말자.

 

  시인 이형기는 <낙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결별조차 축복으로 받아들이며 지금은 가야 할 때임을 아는 사람,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꽃답게 사라지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부귀는 빈천으로 바뀌고,

만남은 이별로 바뀌고, 젊음은 늙고 죽음으로 바뀐다.

이게 불교에서 말하는 생로병사(生老病死) 아닌가.

인생의 참모습이 숨김없이 드러날 때는 오히려 절정에서 내려오는 순간이다.

한창 때 눈부신 것은 당연한 것이니 내려올 때 눈부신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내면의

빛을 지닌 사람이 아니겠는가.

외부상황이 바뀔 때에야 비로소 내려오면 이미 때는 늦어버린다.

스스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끌려 내려온다.

이미 노인이 된 이후에 내려올 준비를 하면 늦다. 오히려 올라갈 때부터 어떻게 하면 

인생의 황혼을 잘 견디어 낼 수 있을까? 를 고민했어야지.

 

  모두가 인생의 앞모습만 보고 살다 보니 인생의 뒷모습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인생의 앞모습이 남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라면 인생의 뒷모습은 아무도 없는 밤중에

내가 나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인생의 앞모습은 성공을 향해 달려가곤 하지만 인생의

뒷모습은 고독과 불안일 때가 많다.

 

최고의 음식은 식어도 그 향기를 일지 않듯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절정에서

내려온 뒤에도 그윽한 향기를 남긴다. 생선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지만, 향 싼 종이

에서는 향기가 풍기는 법,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은 언제 읽어도 가슴을 날카롭게 후비고 지나간다. 저 타는 저녁노을처럼 장엄하게

사라져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야말로 멋진 인생의 주인공이 아닐까.

 

    花香百里(꽃 향기는 백리를 가고)

    酒香千里(술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人香萬里(사람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인향(人香)이란 곧 덕향(德香)이다.

 

   “德不孤必有隣(덕불고필유린)”이라했다.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으니 외롭지 않다는 뜻 아닌가.

중국 사람들은 좋은 이웃을 사는데 천만금을 지불한다고 한다.

좋은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데 집값의 열 배라도 좋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