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척지변(慘慽之變)
자식이 먼저 죽는 것을 '참척지변(慘慽之變)'이라고 한다.
참혹한 슬픔이라는 뜻인데, 그 비통함이 너무 처절하고 참담해서
가늠조차 안 되는 슬픔을 의미한다.
부모는 땅에 묻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토요산행을 하고 돌아왔는데 친구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
었다는 소식을 밤 늦게 접했다. 코로나 때문에 문상을 받지 않는다
고 전해 왔다. 부모가 죽으면 세월을 한탄하지만, 자식을 떠나보내면
하늘을 원망하게 된다고 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참척지변‘이라한다.
중국 진(晋)나라 제후인 환공이 강가 길을 따라 유람에 나섰는데
하인이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아 왔다. 그러자 어미가 구슬피 울
어대며 무려 100여 리를 함께 따라오다 자식을 구할 길이 없자 뱃전
에 머리를 들이 받아 죽고 말았다. 이 어미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이 비통의 극치를 “단장지애(斷腸之哀)”라
고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 즉 단장지애는 이처럼 자식을 잃은 부
모의 참담한 심정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고도 하는데, 자식을 보낸 슬픔이 너무 커
서 밝음을 잃었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는 아들이 죽자
밤낮을 울다 상심해 눈이 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삶은 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연속이라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가장 확실한 사실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이며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불변의 진리다. 무슨 말인가? 산 자는 반드시
죽게 되어 있고, 만나면 반드시 이별하게 되어 있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
란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이 세상에 '내 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우리는 모두 자신이 원하거나 선택하지도 않은 환
경에 던져진 존재라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뜻이다. 언젠가는 죽을 수밖
에 없는 존재이기에 살아있는 동안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의미 있게 살
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큰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무척이나 화려하고 웅
장한 개선식을 열어주었다. 원로원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선장군이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전쟁포로와 전리품 운반자들을 거느리고 행진
을하면, 늘어선 로마 시민들은 아낌없이 꽃과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개
선장군의 바로 뒤에 한 명의 목청 좋은 노예가 따랐다.그 노예의 임무는
개선장군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었다. 그 노예가 부르는 노래가 바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이다. 무슨 말인가?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마라,
인간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얻은 당신도 언젠가 죽을 운명이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교만에 빠지지 마라, 겸손하라!! 이런 의미를 함축한 경고를
뇌리에 박히도록 계속 들려주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생의 어느 순간에 찾아올는지는 아무
도 모른다. 죽음은 좀 일찍 만나느냐, 좀 늦게 만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이다. 우리가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언젠가 나도 그 길을 가야
하기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들이 내 빈소에 와서 처연한 눈으
로 내 영정 사진을 바라볼 것이다. 과연 무슨 말들을 주고 받을까?
만약 듣기 싫은 말들이 난무한다면 죽은 나는 모르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
의 마음이 더 슬플 것이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말인가?
가을이 깊으면 나무들은 꽃보다 더 고운 단풍 옷으로 갈아입고 왔던
곳으로 간다. 떠날 때를 알고 은밀하게 가장 고운 빛깔로 단장하고 훌
쩍 떠나는 그 모습은 아름답고 품위가 있다.
품위 있는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품위있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