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보스와 참모
  • 2020-12-16
진서리





             보스와 참모


  우리나라 권력다툼을 보면서 역린(逆鱗)”대해 생각해본다.

()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을 타고 노닐 수 있는

, 용의 목덜미 아래에 난 거꾸로 된 비늘역린을 건들게 되

면 용이 그 사람을 죽인다. 군주에게도 이와 같은 역린이 있기

에 신하는 그 비늘을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중국

의 사상가 한비자는 말했다


  조선시대 정조와 홍국영의 사례를 살펴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홍국영(洪國榮)은 정조의 핵심 측근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몰락한 인물이다. 시강원의 관리

되면서 세손이었던 정조와 처음 만난 이래, 그는 타고난 기

지와 지략으로 정조를 보위했다. 당시 정조는 정적에게 포위돼

있었고, 이들은 사도세자의 아들이 왕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정

조의 후계자 지위를 위협했다.

   이러한 때에 홍국영은 정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기에 대해 정조는 전후좌우가 모두 역적의 무리를 편드는

사람들 뿐이었다. 오직 홍국영이 몸과 마음을 바쳐 국본의 안

위를 떠받들었다” “과인의 언행을 경계토록 하여 훗날을 도모

하게 하였고  은밀하게 감추어진 부분까지 잘  살펴 간악함의

싹을 미리 꺾었다” “적들이 만금의 포상을 걸어 그를 제거하고

자 하였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목숨이 위태로우니 내

곁을 떠나라고 타일렀지만 오히려 절개를 더욱 굳건히 하였다

고 술회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조가 즉위하는 데 일등공신이었

던 것이다.


정조의 신임이 홍국영에게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정조는 보위에 오른 후 홍국영을 임금의 비서실장격인 도승지,

금위대장과 훈련대장에 봉해 병권까지 부여했다. 불순한 세력

대궐을 침범하고 역모가 이어지자, 숙위소(宿衛所)를 설치

해 임금의 호위를 맡겼는데 이때 숙위대장이 된 것도 홍국영이

. 홍국영에게 막강한 권력이 주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홍국영은 그 무게를 알고 처신에 신중했어야

했다. 왕조국가에서 신하에게 부여되는 권력의 크기는 위험의

기와 비례하는 법이다. 더욱이 신하가 누리는 권력은 왕으로

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거두

어갈 수있다. 그러므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군주와의 관

계 등 제반 요소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홍국영은

그러지 못했다.

홍국영은 임금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인사와 언론, 병권

까지 군국(軍國)의 기무를 장악했다. 임금에게 가는 모든 문서

자신을 거치도록 했으며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차례로

숙청했다그리하여 정승과 판서들도 그가 시키는 대로 따랐으

온 세상이 두려워하여 그의 말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조석을

전하지 못할 듯하였다.”

  그런데 단지 여기까지였다면, 그가 그처럼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조도 적절하게 견책하는 선에서, 자신의 칼

이자 방패였던 홍국영을 계속 활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홍국

영은 어느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었다. 정조는 자신을 지

킨 공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인지   홍국영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렇지만 홍국영이 방자하게 대계(후계자를 정하는 것)에 개입

하려 했다는 점에서 탄핵이 쏟아졌고, 결국 시골로 쫓겨났다가

1781강릉에서 죽는다. 그리고 5년 후인 1786년에는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의 죽음에 홍국영의 잔당이 개입했다는 정순대비의

교지에 따라 나라의 역적으로 규정됐다.


  홍국영의 사례는 아무리 큰 공을 세우고, 보스와 친밀한 참모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방종과

전횡이 그의 몰락을 가져온 하나의 이유임에는 분명하지만, 결정

타를 날린 것은 그가 후계문제라는 임금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

이다. 보스가 금기로 여기는 부분을 인지하고 여기에 적당한 거리

를 두는 , 참모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