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grooming) ‘그루밍’이란 침팬지들이 서로 털을 고르고 어루 만저주는 친밀한 동작을 말한다. 진화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침팬지 사회에서 그루밍은 소일거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행위다. 그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그들은 그루밍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판소리에서 장단을 짚는 고수(鼓手)가 창(唱) 사이사이에 흥을 돋우기 위해“얼씨구” “좋다”와 같은 추임새를 삽입하는 것처럼 적절한 지점에서 “아하”와 같은 감탄사를 보내면 창을 하는 사람은 없던 용기를 한층 더 내지 않던가.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수맥을 찾아 우물을 파고 두레박으로 맑은 물을 길어 올리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은 구성원 간 친밀감 형성이 주된 목적이며 큰 틀에서 보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 행위인지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몸이 아닌 마음을 누일 곳 말이다.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고민을 종종 타인에게 털어놓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고민을 해결하려는 목적보다는 마음을 쉬게 하려는 목적 아니겠는가. 세상살이에서 생기는 근심과 답답함을 주변 사람과 나눌 때가 있다. 그런데 이때 위로나 격려보다는 마음의 장막을 먼저 걷어 내고 다가와 “나도 비숫한 아픔을 겪었어”라고 말 해주는 이들의 위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하나의 상처와 다른 상처가 포개지거나 맞닿을 때 우리가 지닌 상처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서 마모되는 게 아닐까.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