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
산사에서 전해 오는 말이니 필경 불가의 인연(因緣)법 아니겠는가.
인생은 언제나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죽어도 함께 죽자고 맹세했지만, 헤어지는 경우가 있고, 헤어져 다시
만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다시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인생이란 말이다. 그러니 오고 가는 사람에게 매달릴 것이 아
니고 지금 있을 때 잘하라는 불가의 교훈이라고 생각하자.
있을 때 잘했다면 설사 헤어지고 나서도 참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
었다고 기억하면서 살 것 아닌가. 나는 살면서 내 어머니께서 내게 해
주신 말씀 가운데 큰 교훈으로 와 닿는 게 있다.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선 우물을 언젠가 꼭 다시 마
시게 되는 게 인생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말 아닌가.
성경(누가복음 15장) 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어느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작은아들이 자신의 뜻대로 살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자기 몫의 유산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무례하고
모욕적인 아들을 향해 아버지는 말없이 유산을 내어준다.
가는 아들 잡지 않았다.
다시는 집에 들어올 수 없다. 는 등 막말을 하지 않고 보낸다.
이 아들은 자기 몫의 유산을 받자마자 바로 집을 떠났다.
지루한 시골에서 벗어나서 자기가 충분히 유흥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가 허랑방탕한 가지고 간 재산을 모두 탕진한다.
자기와 함께 즐기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아무도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 없고 그 지역에 심한 흉년까지 들어 그는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구걸을 해야만 했다.
심지어 돼지를 치는 일을 하면서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를 먹으며 근근
히 살아야 하는 비참한 이방인이 되고 말았다.
그제 서야 아들은 후회하기 시작한다.
비로소 아버지의 품이 그리워졌다.
아버지에게 돌아가 아버지가 부리는 종의 삶이라도 좋으니 받아달라고
청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나갈 때 붙잡지 않은 것처럼 돌아오는 아들을
막지 않았다. 아버지는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오히려 성대한 잔치를 벌
인다.
“돌아온 탕자”를 보면서 인생의 긴 터널을 지날 때 우리가 꼭 잊지 말아
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가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