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牛)는 해 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홍수가 나서 물에 빠지면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는 말이다.
실제는 말이 소보다 헤엄을 더 잘 친다.
과천 경마공원 말들도 전용 수영장에서 헤엄치며 여름을 난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소와 말은 물에 빠지면 둘 다 헤엄을 쳐서 뭍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홍수 같은 큰물이 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홍수 속에서 헤엄을 잘 치는 말은 자신의 수영 실력을 믿고 물을 거슬러
헤엄을 친다는 것이다. 말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다가 결국 지쳐서 익사
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소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간다고 한다.
말처럼 급류를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떠내려가다가 뭍에 접근하게 되고 얕은 곳에 닿게 됐을 때
쉽게 걸어 나와 살게 되는 것이다.
힘 좋다고, 이를 믿고 밀어붙이는 걸 경계하라는 말이다.
세상을 순리대로 살라는 뜻 아닌가.
6월 24일 시작한 장마가 중부 지방 기준으로 50일째다.
이번 주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장마 속 폭우로 지난 주말 섬진강 일부
지점에서물이 넘쳤다.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이 침수 피해가 컸다.
주민들은 이렇다 할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서둘러 몸만 빠져나왔다.
물에 잠긴 마을과 논밭에서 가축과 야생동물이 발버둥 쳤다.
헤엄치거나 떠내려가는 장면이 TV 뉴스 속보에 사진 두 장,
한 장은 전남 구례 사성암 대웅전 앞에서 풀을 뜯는 소 떼였다.
다른 한 장은 구례의 한 농가 지붕에서 어쩌지 못하던 소 떼였다.
모두 물에 잠긴 외양간을 빠져나와 헤엄쳐 피난한 녀석들이었다.
새끼를 임신한 소가 폭우로 물에 휩쓸려 전남에서 경남까지 무려 60여km를
떠 내려와 사흘 이상을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돼 화제다. 전남 지역의 폭우로
구례군에서 섬진강을 거쳐 남해군 큰 난초섬으로 떠내려 온 암소가 구조되었다.
화제가 된 소는16개월 된 암소. 지난 11일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난초섬에
소들이 표류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군 공무원들이 현장 확인 결과,
모두 3마리가 폭우로 떠 내려와 육지로 떠밀려와 있는 상태. 이들 중 ‘작은 난초섬’
으로 떠밀려온 2마리는 이미 폐사했고 ‘큰난초섬’에 표류한 한 마리는 탈진상태지만
생존해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즉시 살아있는 소 구조에 나서 바지선 등을 동원해 2시간가량 만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는 임신 4개월 상태였다. 귀표를 조회한 결과, 전북 남원,
전남 곡성, 구례에서 기르던 것임이 확인됐다.
구조된 소는 다음 날인 12일 오후 주인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랐다가 구조됐던 암소가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기록적인 폭우로 물이 차오른 축사에서
빠져 나와 물길에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지붕에 올라섰다.
어미 소는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꼬박 이틀간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냈다. 지치고 힘든 몸으로 출산하느라 마지막 남은 힘
까지 짜냈을 어미 소이지만 새끼 걱정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잘 마른 건초가 놓인 축사 한쪽에 새끼가 웅크려 있자 무사한지 살펴보려는 듯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거나 혀로 핥아주며 모성애를 드러냈다.
주인 백남례(61)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백씨는 “유독 저 소만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해 결국 마취총으로 재운 다음
구조했다”며 “새끼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녀석이 지붕 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며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무사히 출산하다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한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란 최고의 삶의 지혜는 물과 같아야한다는 말이다.
물은 높은데서 낮은 데로 흐르고, 앞이 막히면 돌아가고, 땅이 깊으면 머물다가고,
동그란 그릇에 담으면 둥그러지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듯이 그렇게 물
처럼 살아간다면, 그렇게 물처럼 마음먹는다면 세상 괴로움은 다 사라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