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혼자가 그리워지고, 혼자만 있을
때는 외롭고 허전해한다.
이상적인 것은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데 쉽지는 않다.
가장 병적이 것은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위험하고, 홀로 있을
수 없는 사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 없이 너무 딱 붙어 있다가는 쉽게 피로
해지고, 너무 멀리 떨어져도 온기를 느낄 수 없어서 너무 외로워진다.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큰 문제는 사람마다 원
하는 거리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사교성이 좋아서 낯선 사람과도 한 번 만남으로도 십년지기처럼 친해지
는 사람도 있지만, 어색한 분위기로 서로 눈치만 보는 것도 견디기 어려
운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만나자 마자 죽이 맞아 급속도로 친해져 나의 사적 경계 따위는 무시한
채 나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며 하루 종일 누구를 만나고 뭘 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으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대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피곤
한 일 아닌가.
물론 사람은 독불장군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좋든 싫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밖에 없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연합해야만 사회 속에서 생존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혼자와 함께’를 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기를 선택할 수 있고, 함께 있고 싶을 때는 자
신을 내려놓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도 괜찮고, 함께해도 괜찮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더 행복해진다.
누구나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싶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하라 하지 않던가.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사람이 아쉬운 시대다.
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고 했다.
군자는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지 않다는 뜻으로 그 마음이
너그러워 틀에 박힌 사람이 아니라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늘 균형
잡힌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또 ‘화이부동(和而不同)’하라고 했다.
서로 어울리기는 하되, 한 패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