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몸 하나가 그의 전 재산이다.
그리고 좌도 우도 아닌 무소속이다.
나비에게 꽃들은 그의 주막이요.
나뭇잎은 비를 피할 그의 잠자리다.
그의 생은 훨훨 나는 춤이요,
춤이 끝남은 그의 죽음이다.
그는 늙어 죽으면서도 바라는 것이 없다.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죽을 때에도 그는 자유롭다.
마당의 배나무에 놀러 온 호랑나비 한 마리를 유심히 본
적이 있다. 무성해진 푸른 잎들의 그늘과 그늘사이로...
그는 몸을 잠시 휴식하는가 싶더니 ....
어느새 등에 짐짝도 없이 세상을 훨훨 날아서 흙 담을 훌쩍
뛰어 넘더니 아득한 허공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살기가 참으로 팍팍하고 고단하다.
살아 갈수록 안개속이다.
가혹한 현실이 안타깝다.
날마다 한 치 앞이 잘 안 보인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기 전에 잠시 스쳐가는 우리네 인생.
집착과 욕심을 벗어나야 삶은 행복해지는 것일까.
불교의 경전 중에 가장 중요하다는‘반야심경(般若心經)’
은 260자의 짧고 간결한 경전이다.
반야란 ‘지혜’를 가리키는 말로 미혹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우리 함께 가자는 내용이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 아제 사바하”
가자 가자, 피안으로 가자, 우리 함께 가자,
깨달음이여 영원 하라.
반야의 핵심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어떤 물질이건 일정기간 머물다 반드시 부서져 공(空)으로
돌아간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물질의 속성 아닌가.
그런데 물질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났다, 머물다,
없어지지 않던가.
결국 물질적인 것도 정신적인 것도 다 공(空)하다는 말이다.
색(色)은 물질, 공(空)은 없어진다는 것이니 색과 공은 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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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에 이런 글이 있다.
나무는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진 뒤라야 ,
꽃피던 가지와 무성하던 잎이 다 헛된 영화였음을 알고,
사람은 죽어서 관 두껑을 닫기에 이르러서야,
자식과 재물이 쓸데없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