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나는 내려놓았다.(放下着)
  • 2020-03-14
진서리







  나는 내려놓았다 (放下着방하착)


 

조선말기 한국불교의 거목 경허스님이 서산 천장사에 머물고 있을 때 일화입니다.

무덥던 여름 하루는 어린 사미승(어린 남자예비스님)을 데리고 탁발(음식 얻기)을 나갔습니다.

어느 산 고을에서 개울을 건너야겠는데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 그냥 옷 입고 건너기에는

난감한 정황이었습니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등 뒤에서 웬 젊은 여인이 급히 경허스님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스님. 스님, 저 좀 보세요.’

사미승이 못 마땅하다는 듯 퉁명스럽게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웬일이슈

개울물이 불어 건너기 어려울 거라기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맛났지 뭐예요.

아니 우릴 잘 만났다니 그 게 뭔 소리니까?’

이 여인은 사미승에게는 대꾸도 아니 하고 경허스님에게 은근히 말을 건넸습니다.

 

스님 저를 등에 업어 건네주시지 않겠습니까?’

날더러 말씀이가요.’

설마하니 이 어린 애기 중에게 업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린 사미승이 화가 나서 여인을 나무랐습니다.

이보시오. 젊은 여인이! 당치도 않은 얘기는 하지도 마시오.’

 

여인은 사미의 말을 무시하고 경허스님에게 들이밀었지요.

아니 스님, 내가 뭐 못 드릴 부탁을 드렸습니까?’

길 가던 아녀자가 물이 깊어 그냥 건널 방도가 없으니,

등 좀 빌리자는데 그것도 잘못입니까?’

여인은 한층 더 높아진 목소리로 외칩니다.

~ 그리고 내가 등 좀 빌리자고 한다고 설마

거저야 빌리겠습니까?’

경허스님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합니다.

허 허 그래 품삯을 주겠다니 얼마를 주시겠소.”

한 푼을 드리지요.”

한 푼은 안 되겠고 두 푼을 주신다면~”

좋아요 두 푼 드리지요.”

경허스님은 그 여인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여인을 내려놓았습니다.

 

자아~ 무사히 개울을 건넜소이다.”

수고하셨네요. 약조한대로 품삯 두 푼을 받으세요.”

품삯은 필요 없으니 넣으시오.”

탈발을 다니시면서 왜 품삯을 안 받겠다는 겁니까?”

품삯 대신에 다른 걸로 하지요.”

이때 경허스님은 번개처럼 그 거대한 손바닥으로 느닷없이 그 여인의 궁뎅이를 철썩 때렸습니다.


아이구머니나! 아니 세상에 저런 저런......”

 

경허스님은 소리 지르는 여인을 뒤로 하고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미는 놀라 묻습니다.

스님 아니 그게 무슨 짓이오니까?”

돈이면 뭐든지 된다고 믿는 것들은 그렇게 버릇을 고쳐줘야 하느니라. 허 허 거 궁뎅이 하나는

제법이던걸,”

 

탁발을 마치고 천장사로 돌아온 그날 밤 사미승은 몇 번이나 뒤척인 끝에 다시 일어나 앉았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지요.

허허 이 녀석 왜 벌떡 일어나 앉느냐?’

오늘 꼭 여쭤봐야 할 게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스님께서는 늘 저에게 이르시기를 출가사문은 여자를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님께서는 젊은 여자를 .....” 덥석 등에 업어다가 개울을 건네주셨을 뿐 아니라

그 젊은 여자의 엉덩이까지 철썩 치셨습니다.”

 

허허 이 고얀 놈 봤나.”

스님이 오늘 낮에 하신 일은 출가사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계율을 어긴 것이 아니겠습니까?”

 

듣거라! 나는 분명 그 여자를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네주었고 네 말대로 엉덩이까지 쳤느니라.

스님 그러니 분명 계율에 어긋난 일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 여인을 개울가에 내려놓았다.

어찌하여 너는 아직까지 그 여인을 등에 업고 있단 말이냐?

내가 만약 환갑 넘은 할머니를 등에 업어 건넸다면, 네가 아직도 그 할머니를 가슴에 품고 잠을

 못 이루겠느냐?’

 

겉모양 겉 소리에 눈이 흐리거나 귀가 어두워지면 아니 된다. 집착하지 말라!

이제 내려놓아라! 그 젊은 여자를 마음속에 그만 품고,

낮에 건넜던 그 개울가에 버려야 할 것이니라.”

 

사미는 그 때서야 깨닫고,“스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사미승은 크게 깨닫고 훗날 고승이 되었다는 얘기다.

 

방하착(放下着)! 그냥 내려놓으면 되는 일입니다.

이 한 마디만 제대로 이해해도 삶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원망도 미움도 질투도 집착도 마음에 품고 있으면 내가 괴로운 것입니다.

나에게 잘 못이 없다면, 그 원수는 하늘이 갚을 것입니다.


참되 삶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단히 버리고(선하지 못한 것)

"단단히 붙잡는 것(옳바른 것)이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