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般若心經)에 미치다
방대한 반야불경을 260자로 축약시킨 것이 반야심경이다
한국 근, 현대 불교를 중흥시킨 진짜 중 경허 스님의 일화를
통해 반야심경을 드러내고 싶어 글을 옮겨 쓴다.
서산에 있는 천장사(天藏寺)에 어느 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제치고 눈발이 날리는 저녁 무렵 젊은 여인이 나타났다.
얼굴을 보자기로 감싼 이 묘령의 여인은 두 눈만 보일 듯 말
듯 내놓은 채, 그 초라한 행색이 걸인에 다름없었다. 이 여인
은 경내를 몇 번 살피다가 두리번거리더니 경허 스님의 방문
을 두드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 밖에 누가 왔느냐?”
“여보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경허 스님이 방문을 여니, 여자는 온몸을 떨며 서있었다.
“스님 제발 저를 방안으로 좀 들어가게 해주세요.
추워서 얼어 죽을 것만 같아요. 스님.”
스님은 선뜻 방안에 들어오도록 허락한다.
그런데 시봉을 들던 사미승(어린 중) 이 그 관경을 보고 말았다.
눈이 솔방울만 해져서 경허스님의 제자 만공 스님에게 달려갔다.
“스님 스님 저 좀 보십시오.”
“뭔 일이냐? 경허스님이 날 찾으시던.?”
“그게 아니옵고......”
“그럼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이 말씀을 드려야할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출가한 수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여색이요, 애욕이며
수도생활에 가장 무서운 것이 성욕이라는 것은 승단의 계율로서
대대로 강조되어온 것이다. 그런데 여인이 경허의 방으로 들어가
는 것을 보았으니 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데 그러느냐 어서 말해 보거라.”
“저어 경허스님 방에 손님이 한 분 들어가셨는데요.
실은 그 손님이 좀 이상한 손님이라서요.”
“이상한 손님이라니 그게 뭔 말이냐?”
“여자분 이십니다.”
“뭣! 여자?”
“아니 그게 정말이냐?
틀림없이 보았단 말이냐?”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죠.
치마를 입고 얼굴은 보자기로 가린 여자였습니다.”
“네가 뭘 잘 못 봤겠지.
설마 스님께서 여자를 방에 들이시기야 해겠느냐.?”
“못 믿으시겠거든 직접 가보시면 알 것 아닙니까?”
“이 말은 누구에게도 발설치 말 것이다.”
만공스님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경허 스님의 방으로 살며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인기척에 민감한 경허 스님이 먼저 소
리친다.
“밖에 누가 와있으렷다.”
“소승이옵니다. 손님이 오신 것 같다기에,”
“내 그러지 않아도 부르려던 참이었다. 가까이 오너라.”
“예, 차라도 끓여 올릴까요?”
“차는 필요 없고, 빨리 저녁상을 봐야할 것이니라.”
“알겠습니다. 스님”
“그리고 내가 미리 일러둘 것이 있으니
명심해서 어김이 없어야 할 것이니라.”
“분부만 내리십시오.”
“내가 따로 허락하기 전에는 내 방에 들어오지 말 것이며 방
문 앞에서 기웃거리지도 말 것이며, 방안에서 하는 이야기를
엿듣지도 말아야 할 것이니라.”
“스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오늘 공양이 준비되었거든 방문 앞에 놓고 돌아갈 것이요,
매일 아침상은 겸상으로 차려서 가져와야할 것이니라.”
“하오면 스님, 손님께서는 오늘 밤 여기서 묵고 가시게 되옵니까?”
“그러기에 아침공양을 준비하라 이르지 않았느냐?”
“아, 죄송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엄히 분부하는지 짐작을 하겠는가?”
“그저 스님 분부대로 지키기만 하겠습니다.”
“내 방에는 지금 젊은 여자가 손님으로 와있느니라.
그리 알고 내가 이른 대로 어김없이 시행해야 할 것이니라,
알겠느냐?”
제자 만공스님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이 여자를 방에 들여놓고 여러 날이 지나자 절 식구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자라 마침
내 이 사실을 주지 스님까지 아시게 되고 크게 노하였다.
“잘 하는 짓들이구나!!
기왕이면 호서일대에 소문을 쫙 퍼뜨리지 그랬느냐,
경허 스님이 망령이 들어 계율을 어기고 여색을 탐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런 가운데 열흘이 지나자 제자들도 도저히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모두 일어나 분기하기에 이르렀다.
경허 스님 큰 일이 났습니다.
사미승이 달려와 애원하듯 경허 스님을 부른다.
“왜 그러느냐?”
“큰 일 났습니다. 모두 몰려오고 있습니다.
스님 방안에 있는 여자를 내쫓지 않으면 스님까지 내쫓겠다고
합니다. “여자를 내치지 않으면 날 내쫓겠다고?”
경허스님이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절 식구들 모두가 몰려오고
있었다. 제자 스님 만공이 간곡하게 청한다.
“스님 제발 부탁이오니 이제 그만 여자를 밖으로 내치십시오.”
“그래, 내치지 않겠다면 날 이 절에서 내쫓겠다.?”
“그러하옵니다. 스님.”
어느새 몰려든 제자들 중 한 명이 경허 스님에게 따지듯 추궁하자
두 눈을 지그시 감은 경허스님은 제자들 앞에 우두거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방안에 있던 그 여인이 밖으로 나오자
“응 ~ 바로 이 여자였구만, 혀를 차며 모두 웅성거린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스님 방에서 열흘 넘게 신세를 진 바로 그 여자이옵니다.
그러자. 경허 스님은 그 여자를 바라보며 “내가 지은 복이 이것밖에
되질 않으니 면목 없소이다.”
“아니옵니다. 스님!
제가 열흘 동안 스님께 입은 은혜는 제 평생을 갚는다 해도 다 갚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경허 스님은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툇마루에 서있던 여인은 머리에서부터 덮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보자
기를 벗겨 내렸다. 그 순간 , 앗차, 그 여자의 문드러진 코와 이지러진
눈썹이며 짓무른 살은 형체를 분간키 어려웠으며 손가락도 다 뭉그러져
있었다. 나병 말기 환자였던 것이다.
여자의 곁은 심한 악취로 인해 아무도 다가갈 수 없었다.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아니 스님,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오니까?
여자를 내쫓고자 몰려온 제자들은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보시다 시피 저는 몹쓸 병에 걸려 얼굴도 짓물러 터지고 코도 손가락
도 발가락도 뭉개져버린 이런 여자입니다. 춥고 배가 고파 구걸을 나가
도 모두 더럽고 징그럽다고 기피할 뿐 어느 누구도 찬밥 한 덩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스님 방까지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제 언 몸을 녹여주시고 밥을 손수 먹여주셨고 냄새
나는 고름과 진물을 닦아주셨습니다. 평생 이런 호강은 처음이었습니다.
라고 말을 하던 여인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스님 저 세상에 가서라도 이 큰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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