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백정이라면 천민 중에서도 최하층 계급이었다.
어느 날 양반 두 사람이 푸줏간에 고기를 사러 왔다.
첫 번째 양반이 거친 말투로 말했다.
"야, 이 백정 놈아, 고기 한 근 떠와라."
"예, 그렇습지요."
그 백정은 대답하고 정확히 한 근의 고기를 떼어주었다.
두 번째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백정이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이 거북했다.
그래서 점잖게 부탁했다.
"이보시게, 박 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나."
"예, 그러지요, 고맙습니다."
그 백정은 기분 좋게 대답하면서 고기를 듬뿍 잘라주었다.
첫 번째 고기를 산 양반이 옆에서 보니, 같은 한 근인데도
자기한테 건네준 고기보다 아무래도 갑절은 더 많아 보였다.
그 양반은 몹시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따졌다.
"야,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왜 이 사람 것은 이렇게 많고,
내 것은 이렇게 적으냐?"
그러자 그 백정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그거야 손님 고기는 「백정 놈」이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자른 것이니까요.”
소통(疏通)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알겠는가.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게 위로받고 싶어 한다.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과 상처받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서 있는 위치가 바뀌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진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
이 세상 전부일 수 없다.
‘경계가 무어진 곳에서 꽃이 핀다.’고 했다.
갑과 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유연해져야 인정이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