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孫正義)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손자병법을 중심으로 한 '전략 경영'으로 창업 35년 만에 일본 최고이자 세계적 경영인으로 우뚝 섰다. 그는 손자병법을 자신의 경영 전략과 접목해 가로 5자, 세로 5자, 총 25자로 이루어진 '제곱병법'을 만들었다.
"스물일곱 살 때 이 제곱병법 전략의 초안을 잡은 후 지금까지 중요한 고비 때마다 지침으로 삼아왔다. 새 사업에 뛰어들 때, 시련을 겪을 때, 중장기 비전 및 전략을 세울 때 끊임없이 이 스물다섯 자를 떠올렸다."
'제곱병법 25자'의 첫째 구절은 싸움(기업경쟁)에 나서는 자세인데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다. 도는 기업의 이념으로 손정의의 경우 '정보혁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천은 하늘이 준 타이밍이며, 지는 사업의 중심지인 아시아를, 장은 기업의 리더, 법은 시스템과 규범이 중요함을 각각 뜻한다.
둘째 행은 '정정략칠투(頂情略七鬪)'로
기업의 비전과 신사업 진출 원칙을 의미한다.
정(頂)은 정상, 즉 '산마루에서 내려다본 경치를 그려라'는 뜻으로 최소 10년이나
30년 후 장기 비전을 그린다는 것이다.
정(情)은 그 비전이 올바른지 빈틈없이 정보를 수집하라는 뜻이고, 략은 정보를 수집한 다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로 압축해 전략을 세워 실행하라는 것이다.
칠투(七鬪)는 7할의 승산이 있으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일이 성사된다는 '칠할승산론'이다.
셋째는 '일류공수군(一流攻守群)'이다. 일은 1등에 대한 강한 고집, 류는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라, 공수는 공격과 방어력을 겸비하라, 군은 단독 행동이 아니라 동지적 결합, 전략적 동맹으로 기업 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행의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은 '손자병법' 계(計)편에 나오는 리더의 5대 자질로 지는 통찰력, 신은 신의와 신용, 인은 어질고 자애로움, 용은 용기, 엄은 엄격함을 각각 뜻한다.
마지막 5행은 '
풍림화산해(風林火山海)'로 손자병법 군쟁(軍爭)편에 나오는 풍림화산의 4구절에 손정의 자신이 해(海)를 추가한 것이다.
사업 추진의 빠르기는 바람 같고, 조용하기는 숲과 같고, 공격은 불 같아야 하며,
움직이지 않는 게 산 같아야 하며, 묵묵히 펼쳐진 바다처럼 넓고 굳세게 사업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손정의는 미국 유학 후 '제곱병법'의 원리에 따라 1년 반 동안 40여개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 놓고 각각 10년치 비즈니스 플랜을 철저하게 짜보는 과정을 40번 반복한 다음 소프트뱅크를 세웠다. 지금까지 1300여개 기업에 투자했고 300년 지속 가능한 기업을 목표로 한다.
그는 "이길 확률이 9할일 때 싸우러 가는 것은 너무 늦고 반반일 때 싸움을 거는 것은 어리석다. 확률이 7할일 때 가장 승부하기 좋다"고 말한다.
1999년 10월 31일 베이징 시내 한 빌딩,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1년 된 마윈(馬雲)을 만난 손정의(孫正義·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사장은 단 6분 만에 투자를 결심한다.
'6분 만의 담판' 자리에서 손정의가 품은 경구는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軍爭)편에 나오는 '기질여풍(其疾如風)'이었다.
이 말은 '빠르기는 바람과 같이 하라.
신속하게 행동해야 할 때는 질풍처럼 재빠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즈니스에서의 빠름은 전략적 민첩성으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여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지혜에 속한다.
시장과 기술,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획득하고, 의사 결정과 그 집행을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는 역량을 '주역(周易)'에서는 '견선즉천(見善則遷)'이라 했다. '선한 것, 좋은 것을 보면 바람이 옮기듯 빨리 하고, 허물이 있으면 우레를 두려워하듯 신속하게 고치라'는 것이다.
여러 협의를 거쳐 손정의가 2000년에 적기(適期) 투자한 2000만달러(약 210억원)의 자금은 2014년 9월 19일 알리바바그룹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上場)할 때, 손정의에게 지분율 34.4%의 최대 주주 지위와 함께 578억달러(약 62조원)의 추정 가치로 돌아왔다. 3000배에 가까운 엄청난 투자 수익률이다.
더 나아가 손정의는 손자(孫子)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전략을 추가했다.
'기질여풍'과 '풍림화산(風林火山)'에 그친 손자병법에 바다 '해(海)'를 넣은 것이다. 손정의의 설명이다.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
게' 라는 풍림화산으로 승부를 봤더라도 평정이라는 작업이 남아 있다.
넓고 깊은 바다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평정할 때 비로소 싸움이 완결된다. 해당 기업과 시장을 치유하고 포용해야 한다."
각각 수조 엔(円)을 들여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영국 반도체 전문기업 암 등 세계적 기업들을 속속 인수·합병(M&A)하고 있는 귀재(鬼才)다운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