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열반 직전 제자 아난다가
‘부처님 떠나시면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하느냐’고 묻자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하고 정진하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긴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생각 말고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의지하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 의지하라는 뜻이다. 남에게 힘을 빌리거나 의지할 생각
추호도 하지 말고 스스로 노력하여 깨달음을 얻으라는 주체성을 강조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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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순천 조계산(장군봉 정상887m)등반을 마치고 ‘선암사’로
하산한다. 천년고찰! 자연과의 조화 속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절
가난하지만 서럽도록 아름답구나.! 특히 달마전 수각(水閣)에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작은 바가지 종지기로 떠 마시는 물맛은 어디에도 비할
수 가없다. 산사에 들어서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돌물그릇을 수각이라
한다.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대롱에 연결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돌그릇에 채운 것이다.
위쪽 물은 차를 끓이거나 마시고 아래쪽 물은 쌀이나 과일을 씻는 용
도다. 선암사 수각은 여러 개의 수각을 연결시킨 모습이 특이하고 물
맛보다 아름다웠다. 수각 물로 갈증을 풀고 베를 채우면서 내가 원하
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해서 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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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돈 들여 법당에 비싼 등을 다느니보다 자등명, 법등명, 하라는
부처님 말씀 깨닫고 정진해야지, 필요하지도 않는 것에 목숨 걸지 말자.
고급자동차는 원하는 것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비싼 요리와 고급 와인은 원하는 것이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고급 시계도 원하는 것이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명품가방도 마찬가지다.
시외버스를 타고 젊은 시절 바빠서 찾지 못했던 산사를 찾고 아직도
오르지 못한 산을 타고 시골 장터를 찾는 일이 나는 참으로 좋다.
이제 작은 것이지만 가진 것에 만족하고 원하는 것을 내려놓으며 살라
는 부처의 가르침에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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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의<인간관계론>을 읽다가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당연히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그
토록 가지고 싶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는 것이다.
세상은 필연의 법칙만으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100% 정해져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예정된 결과와 실제 결과가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내려놓고 비우려고 스스로 다짐해 보는 게 있다.
* 절대 묵언(黙言) ! 말 수를 더 줄이자.
* 절대 절식(節食) ! 먹는 것을 줄여 베 고품을 느껴보자.
* 절대 지지(知止) ! 멈추면서 여백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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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 나가
는 것뿐이다.’ 안 된다고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