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에 “당무유용(當無有用)”이라는 말이 있다.
없음(無)이 곧 쓰임(用)이라는 말이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 경우 그릇으로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긴다. 찻잔 한 개를 고르는 우리는 모양이나 무늬에만
관심을 둘 뿐 찻잔 속이 비어있음에 생각이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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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경전인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이런 글이 있다.
“지혜를 찾아 헤매는 그대여
천지만물의 모습은 본래 빈 것이다.
그러기에 천지만물은 빈 마음, 빈 몸들이 만나
서로 빈자리로 들어가
인연으로 하나가 되어왔고
하나가 되고 있으며
하나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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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국 신문에 늙은 아버지를 판다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 내용인즉 아버지는 고령이고 몸이 편치 않아서 100달러만 주면
팔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세상말세다”
다 늙은 할아버지를 누가 산다고................쑥덕거렸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부모 없는 설움을 지녔던 한 젊은 부부가 새벽
같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대문 앞에서 몸을 가다듬은 부부는 심호흡을
머금고 초인종을 눌렸다. 넓은 정원에서 꽃밭에 물을 주고 있던 할아버
지가 대문을 열고서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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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광고를 보고 달려왔다고 말씀을 드리자
할아버지는 웃음을 지으며 집안으로 안내한다. 아주 부자 집 같았다.
할아버지는 내가 잘 아는 할아버지가 있는데 몸이 좋지 않아요.
그런 할아버지를 왜 사려고............묻는다.
젊은 부부는 어릴 때 일찍 부모를 여의고 고아원에서 자라 결혼을 했는데
부모 없는 설움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비록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아버지로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어 달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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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달라고 했다. 젊은 부부는 정성스럽게 가지런히 담은 흰 봉투를 내놓았다.
할아버지는 돈 봉투를 받아들고 나서는 그 할아버지도 정리를 해야 할
것이 있으니 일주일 후에 다시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일주일 후 젊은
부부는 다시 그곳을 찾았다.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하면
서 “어서 오게나 나의 아들이자 며느리야”하시면서 사실 내가 너희에게
팔렸으니 응당 내가 너희들을 따라가야 하지만 너희가 이집으로 식구를
데리고 오라고 하신다. 오늘 내가 가진 것을 너희에게 다 줄 것이다.
나는 진정으로 아들과 며느리 손자손녀를 얻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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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농사를 모르는 사람은 논에 항상 물이 가득 차있어야 벼가 잘 자라는
줄 안다. 하지만 논에 항상 물이 차있으면 벼가 부실해진다.
그래서 가끔 물을 빼고 논바닥을 말려야 벼가 튼튼하게 자란다.
인생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채우고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라 하지 않던가.
비워야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