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끽다거(喫茶去)
  • 2018-02-22
진서리










          끽다거(喫茶去)




 


  중국 당나라 때 선사 조주(趙州)의 고사에서 유래된 말로 끽다거


차 한 잔 하시게라는 뜻이다.


조주 선사는 수행자가 찾아오면 이렇게 묻는다.


     ‘예 온 적 있는가?’


‘    예 온 적 있습니다.’


대답을 들은 조주선사는 차 한 잔 하고 가시게나.라고 권한다.




     누군가는 온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대답을 들은 조주선사는 차 한 잔 하고 가시게나.권한다.


 


조주선사의 행동을 지켜본 원주(절 사람살이 하는 스님)가 물었다.


    ‘모든 이에게 똑 같이 차 한 잔 권하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조주선사가 이렇게 답한다.


      ‘자네도 차 한 잔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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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


높은 경지에 오른 큰 스님의 짧고 깊은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은


조주선사를 찾아온 이들이 얼마나 펄펄 끓는 질문과 무거운 짐을 품고


있기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감수했을 지는 헤아려 볼 수 있다.


 


   조주선사가 왜 모두에게 하나같이 차를 권했는지.


수행자들이 무겁고 무거운 질문을 내려놓고 대신 받았던 한 잔의 차


어떤 맛일지.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지 않은가.


결국 수행자들이 찾는 도란 물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에서 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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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스님 성철스님 살아계실 때 신도들이 찾아와 뵙기를 청하면 먼저


부처님께 3천배를 하고 오시오 하신다. 3천배를 하는 게 어디 쉬운가.


신도들은 3천배를 하는 동안에 짊어지고 온 원통이 다 풀려 스스로 산


을 내려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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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저마다 간절함을 품은 채 살고 있다.


절절하게 끓어오르는 간절함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지옥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그러나 시비를 가리고자하는


집착을 버리고, 각자의 소중한 명분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이들을 해탈


(解脫)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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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 잔 앞에서 우리는 결심을 밝히기 전에 한 모금 마시며 호흡


가다듬는가 하면 입 속에 맴돌기만 하다가 끝내 못 다한 이야기를 차


한 잔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한 잔의 차와 차를 마시는 시간이란 서로


지옥을 잠시나마 식히는 비범한 순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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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금산사로 가는 길목에 <심양옥>이라는 멋진 카페가 있다.


나는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주변을 둘러본다.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마주한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


을 내려 다 보고 있다. 엉뚱한 생각이 든다.


혹시 저들은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말 대신 메신저 앱으로 각자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아닌지. 같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아날로그 대화


 디지털 채팅으로 서로 다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꼴이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실 만큼의 시간을 서로에게 할애하며 나눠야만


풀리는 인연도 있다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며, 한 모금의 차와 함께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경험 없이, 차 한 잔이 다 식도록 상대방의 사연을 들어


보는 경험 없이  SNS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이  장차 어떤 세상을 만들지


궁금해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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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에 스님을 찾는 신도들은 법문을 듣거나 무슨 해답을 얻기 위한 것


아니다.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고 가면 된다. 그러니 가르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저 어서 오게나 차 한 잔 하시게 ! 세상사 다 내려놓고 ......


인생이란 본래가 허망한 것 아닌가 !


있으나 없으나 모두 버리고 갈 것인데 무에 그리 얽매이나 !


여보 게 차 한 잔 드시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