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케렌시아’라 한다. 24시간 분주히 돌아가는 경쟁사회를 살아가
는 현대인들에게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절대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피난처가 절실해지는 공간을 제3의 공간 케렌시아라 한다.
삶의 제1공간이 가정이라면 직장은 제2공간이며 직장에서 충족되지 못
하는 행복의 감정을 제3의 공간에서 얻을 수 있다고 느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도하고 공부하며 동시에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왜일까? 생각해본다.
나 혼자라는 결핍을 채우고 싶은 욕구 아닐까.
고독은 수용하지만, 고립은 되고 싶지 않다는 심리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 알고 자기만 점유하는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나만의 공간 그곳에서 싸움소가 힘을 비축하고 다음 전투에 대비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일상이라는 전투에 대비해 정열을 정비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필요하다. 존 그레이드가 쓴 소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
에서 온 여자>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들은 조용히 자기만의 동굴
에 들어가 생각에 집중하며 틀어박혀 지내는 반면, 여자들은 다른 이들
과 속 시원히 얘기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한다.
복잡하고 분주한 도시 속에서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지트와 같은 제3의
공간이 더욱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 공간이 고궁일수도 있고, 동네 작은
책방일 수도, 혼술 하는 주점일 수도,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는 노래방일
수도, 험준한 등산일 수도, 고스톱, 기원, 게임 방, 당구장 등의 공간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곳이다.
현대인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빛과 소음, 분비는 자동차, 부대끼는
사람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피로감은 계속 쌓여만 간다.
여기에 끊임없이 울려대는 SNS메시지는 우리 뇌를 쉬지 못하게 만든다.
초 연결이 이 시대의 화두인 동시에, 완전한 단절(off)역시 사람들이 절실
히 원하는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당신은 나만의 케렌시아 제3의 공간을 가졌는가.
내 경우는 인적이 드문 깊은 산 험준한 등산로가 제3의 공간이다.
내일 또 일전을 앞둔 시점에 당신의 스트레스는 꼭 풀려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