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 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 데 큰 뜰이 필요 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늙는다는 것은 작아진다는 것이고,
마른다는 것이고, 비운다는 것이다.
하나인 것에 덤덤해진다는 것이고,
지나가는 것에 담담해진다는 것이다.
늙으면 살던 집을 좁히고,
이고 지고 끼고 살던 것을 버리고,
일이나 사람을 줄이는 까닭이다.
쪼그라진 몸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굼뜬 몸을 일으켜 세워줄 마음 하나,
주먹만 한 위를 채워줄 밥 한 그릇으로
압축되는 이 한 삶이 서늘하다는 말 아닌가.
엄마 배 속으로도 족했던 몸이었으니
사랑이든 욕망이든 작고 가벼워져야
크고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