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최고 갑부 리자청의 집무실벽에 “지지(知止)”라는 액자가
걸려있다고 한다. ‘知止’란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리자청은
멈출 줄 알고, 그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지혜의 으뜸이고 살아남는 비책
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사상 최고 문장가였던 왕통은 ‘멈춤(止)과 멈추지 않음(不止)’
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자 경계’라고 갈파했다.
잘나가고 있는 사람에게 멈추라고 하면 누구라도 좋아할 턱이 없다.
하지만 그 멈춤의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고수인 것이다.
나아감만 알고 멈춤이 없다면 그건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일과 다름없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화를 당하는 것은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칠 때 그치고 멈출 때 멈춤은 한마디로 생과 사를 가름한다는
것을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 우리의 삶 가운데서 멈춰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특히나 돈 앞에서 가장 어려운 게 멈춤이다.
한 번 재미 본 일이라면 멈추지 못하고 그치지 못한다.
그래서 화를 자초하고 신세를 망친 사람들을 무수히 봐왔다.
‘이쯤해서 멈춰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멈추지 못해 패가망신 하
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하워드 스티븐슨의 말이다.
“경주마(競走馬)는 달리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만, 야생마(野生馬)는 생각
하기위해 달리기를 멈춘다.”고 했다.
정해진 트랙만을 달리는 경주마는 시야가 100도 정도로 좁다.
하지만 야생마는 시야를 360도 확보하고 가야할 곳과 가지 말아야할 곳을
찾기 위해 멈추기를 한다.
야생마는 뛰고 싶을 때 뛰고, 쉬고 싶을 때 쉰다.
고수들은 경주마가 아니다.
멈추는 것, 그것이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우리가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다.
나무에게 겨울은 죽은 듯 보이는 끝인 동시에, 찬란한 미래의 보이지
않는 시작인 것이다. 삶에도 겨울은 존재한다.
이 시기에 열매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잠시 욕망을 내려놓은 채, 가만히 삶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